"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중략)"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이형기(李炯基.1933~) 시인의 '낙화'(1957)다.
시에서 나타난 낙화의 아름다운 모습은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자리라 해도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는 사람의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꽃이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함을 뜻한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지난 2일 퇴임한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67)대통령이 그렇다.
그는 1989년 '무혈(벨벳)혁명'을 통해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주의를 평화적으로 붕괴시킨 뒤 13년 동안 대통령을 지냈다. 그러나 체코슬로바키아의 분열 등 재임 때 잘못한 점에 대해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불과 5분짜리 대국민 연설을 한 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체코 국민은 그의 퇴임을 아쉬워했다. 공적이 컸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실패를 인정하며 용서를 비는 겸허한 자세로 떠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2일 떠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뒷모습을 조명하며 '떠날 때를 아는 법'을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언제 그만두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 공식을 만들 수는 없지만 몇 가지 금기를 제시했다.
먼저 대박이 터질지 모른다거나 "이번만 피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또 희망 섞인 말을 하는 가족이나 부하 직원의 말을 경계하고, 친구보다 적의 말에 귀 기울이면 된다. 어떤 직책을 맡기 전부터 미리 '퇴임 수칙'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