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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분권 시대에 역행?…LH 경기지역본부 이전 논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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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5일 낮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 앞. 민주당 수원팔달구지역위원회와 지역 상인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LH 경기본부가 성남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수원을 공동화시키고 일자리와 지역상권 등에 심각한 문제를 파생시킬 것”이라며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앞선 3일에는 수원시의회가 제299회 임시회 본회의을 열고 ‘LH 경기지역본부 이전 백지화 촉구 수원시의회 결의문’을 전체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의회는 의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요즘 경기도 수원시에선 LH 경기지역본부 이전이 화두다. LH 경기지역본부는 직원 수가 500여 명에 달해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LH의 지역 본부 하나 이전하는 것을 두고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의회까지 나섰다.

경기지역본부 이전 진짜 이유는?

LH는 지난달 400억원이 넘는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오리사옥의 원활한 매각과 관리비 부담,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경기지역본부를 현재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오리사옥으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경기지역본부가 임대한 건물의 건물주인 DSD삼호가 전세 계약을 월세 계약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커졌다는 게 이유다. 수백억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임대료 부담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과 상인들은 LH 본사 진주시 이전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오리사옥이 팔리지 않자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LH는 진주혁신도시 이전이 결정된 2010년 414억원에 오리 사옥 매각공고를 냈으나 팔지 못했다.

오리 사옥은 대지면적 3만7997㎡, 건축 전체 면적 7만2011㎡로 본관(지상 8층, 지하 2층)과 별관(지상 4층, 지하 2층)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진주로 이전할 도시재생사업단과 미랜전략사업단, 유-시티(U-City) 사업단이 쓰고 있다.

그런데 LH는 최근 분당 오리사옥을 세일앤 리스백(Sale& Lease back)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식은 사옥 매각 기업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기관에 사옥을 매각하면서 장기간 임대를 확약하는 방식이다.

지역 주민 입장도 고려해야

건물주 입장에선 임대가 맞춰진 상태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어 투자를 결정하기 쉬워진다. 본사가 진주로 이전하면 비게 될 오리사옥에 경기지역본부를 입주시킨 뒤 세일앤 리스백 형태로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결국 경기지역본부는 임대료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시의회 측은 “오리사옥의 수월한 매각을 위해 경기지역본부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거대 공기업이 종전 부동산 매각을 위해 지역 경제에 대한 고려는 전혀 안하고 있다”며 이라고 비판했다.

시의회 측은 시민단체, 나혜석거리상인회 등과 함께 ‘LH 경기본부 성남이전 백지화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110만 수원시민을 대상으로 이전백지화 서명운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에 이전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서 제출 등 단체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오리사옥 매각이 필요한 LH 입장에선 경기지역본부의 이전을 충분히 고려할 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수원에 있던 지방행정연수원, 국세공무원교육원, 농촌진흥청, 농업연수원 등 10여 개 기관이 혁신도시 등지로 이미 이전했거나 이전할 예정이어서 지역 주민의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LH 경기지역본부는 1980년대 초 주공·토공 시절부터 30년 넘게 자리를 잡아왔다. 이런 마당에 임대료를 문제 삼아 성남으로 이전한다는 것을 지역 주민이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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