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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해외잡지 구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의 독서 인구 가운데 잡지 구독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가장 높다. 이 잡지 구독 인구 가운데서도 특히 외국 잡지의 구독 인구가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문교부 집계에 의하면 현재 우리 나라에 수입 배포되고 있는 외국 정기 간행물의 품목 종류는 주간·월간·계간 등 합하여 모두 5백50여종이다. 여기에「유네스코·쿠퐁」대행 점들이 수입 대행하고 있는 학술지나 학회지까지 합치면 무려 7백 여종이나 된다.
이것을 다시 세분하면 자연과학 계통의 기술지와 학술지·학회지 등이 약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잡지들은 주로 전문가·학자들의 수요에 국한되고 있으며, 기타 대중지는 시판되어 일반에 보급되고 있다.
이것을 다시 나라별로 분류하면 일본 잡지가 4백48 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하며, 미국이 60종. 영-독-불 등 유럽 여러 나라가 40여종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써 볼 때 수입 외국 정기 간행물은 실질적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일본의 잡지들은 자연과학 계통의 기술지·학술지·학회지 70%, 대중지 30%의 비율로 정부에 의해 수입이 제한되고 있는데 이 대중지 가운데도 여성지가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이들 잡지는 수요에 대한 공급 부족으로 배본 때마다 수입상과 산매상 사이에 혼란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잡지 가운데 여성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엄청난 것이며, 이중에서도 패션지가 단연 두드러지게 암 거래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학술 잡지나 기술지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 일이겠으나,「패션」지류가 범람하는 현실은 생각할 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잡지 가운데에도 수입이 제한된『문예 춘추』『중앙 공론』『세계』등 교양지는 원가의 3∼5배로 암 거래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미국의 정기 간행물은 권위 있는 시사 주간지가 주축이 되고 있어 별다른 수입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활발한 시장 개척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외국 잡지의 국내 보급 실태를 보면 일본 잡지는 품목 종류 상으로만 우위일 뿐 독서인구의 양을 두고 볼 때는 미국 잡지에 훨씬 뒤지고 있다. 그 중요 이유로는 일어 인구의 자연 감퇴가 지적되고 있다.
해방 이후 일어 인구가 감소하는데 비해 영어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어 잡지의 구독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독서 층의 핵심인 대학생과 젊은 지식인들의 대부분이 영어 잡지를 구독하는 때문이다. 외지의 판매 방법도 일본 잡지와 미국 잡지가 각기 양상이 다르다.
일본 잡지는 일본 서적을 취급하는 서점들이 전문적으로 맡고 있고, 미국 잡지는 전국에 산재한 서점들이 골고루 취급하고 있다. 물론 특수한 미국 잡지는 외서 취급 서점만이 거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잡지의 수입 배포에 있어 두가지 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첫째는 정부가 학술 잡지 또는 교양지에 대한 수입 제한을 완화하고 문호 개방 정책의 방향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외국 잡지 거래 업자들이 보다 지적 수준이 높아져야 겠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몇 개 시사 잡지에만 국한하지 말고 질적으로 우수한 많은 외국 잡지에 대한 구독에도 보다 간편한 입수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수입 업자들이 몇 가지의 전문서만 알고 거기에만 집착하는 폐해를 없애기 위해 업자들의 질이 향상돼야 함은 물론, 이들이 어느 정도 새로운 문화 개설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겠다는 것이다.
군소 외서 수입상들이 팔릴만한 취미·오락 잡지에 만 눈을 돌리는 실정이고 어느 정도 외서에 대한 지식과 수입 능력을 갖춘 외서 상들은 잡지 수입을 외면, 간편한 대학교재 등의 수입으로 만족하고 있다.
정부가 수입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난 3월부터「유네스코·쿠퐁」에 의한 외서 수입을 5개 대행 점으로 제한했지만, 이러한 행정적 조처가 통제 부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듯이 건전한 외지·외서 수입상의 육성이 아쉽다는 것이다.
군소 업자의 난립으로 신용이 엉망인데다가 PX를 통한 외지의 대량 유입으로 혼란이 심할 수록 문화 발전의 토대가 될 좋은 외서와 외지의 수입이 신용 있고 전문 지식이 있는 수입 업자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도 큰 것이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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