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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 제명 땐 강종헌이 승계 … 새누리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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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경환 새누리당(오른쪽),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신학용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파출소를 피하려다 경찰서 만나는 거 아니야?”

 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한 핵심 당직자가 한 말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거취와 관련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이 구속되면서 새누리당은 이 의원 제명 추진에 나선 상태다. 조만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자격심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석기 의원 제명 이후다. 만약 이 의원이 제명되면 의원직을 승계하는 인사는 비례대표 후보 18번인 강종헌(62·한국문제연구소 대표·사진)씨다. 서울대 의예과 출신인 그는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때 간첩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다.

 새누리당에선 “이석기 의원은 사실상 식물정치인이 됐는데 오히려 제명을 해버리면 ‘제2의 이석기’가 또 등장한다”(하태경 의원)는 반대 의견이 나온다.

 정당 득표율(지난해 총선 당시 10.3%)을 감안할 때 통진당의 비례대표 18번이란 의미는 ‘금배지를 달 일 없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유시민 후보 등 비례대표 후보들이 대거 사퇴·탈당하는 바람에 현재 18번인 강씨가 승계 1순위가 됐다. 강씨는 사형선고를 받은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3년을 복역한 뒤 석방됐다. 이후 일본에 돌아가 한국문제연구소를 만들고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해외본부 공동사무국 차장으로 활동했다. 공안당국은 강씨가 범민련 활동차 여러 차례 방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999년 범민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통일대축전 공동준비위’ 참석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나온다.

 그가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건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10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을 고문에 의한 조작사건으로 결론 내리면서다. 강씨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1월 서울고법은 강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보안사 수사관들이 고문 등 가혹행위로 자백을 받아냈기 때문에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내 기밀을 탐지했다는 강씨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때 강씨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이가 통진당 이정희 대표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즉각 상고를 해 현재 재심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배후조종 혐의로 투옥됐던 김현장씨는 지난해 강씨에게 “나와 대전교도소에 함께 복역할 때 북에 가서 간첩교육을 받은 과정을 털어놓지 않았느냐”면서 공개편지를 보내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강씨는 언론을 통해 “재심 재판부도 김현장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 근거도 없이 나를 대남공작원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강씨가 범민련 핵심 요직을 맡아 활동했다는 점에서 이념적으론 ‘이석기 그룹’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일단 이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절차는 밟아나간다는 입장이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가 종북세력의 앞마당이 됐는데 이를 그대로 볼 수 없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이번 주 내로 당 차원에서 이 의원 제명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 제명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글=김정하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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