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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신인 임창용 마침내 MLB 홈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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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5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임창용이 홈 구장 리글리필드에서 공을 던지며 몸을 풀고 있다. 37세인 임창용은 내야수 코디 랜섬과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사진 포커스케이닷컴]

그의 야구인생에는 직진밖에 없었다. 목표를 향해 고집스럽게 뚜벅뚜벅 걸어간 프로 19년차. 사이드암 투수 임창용(37·시카고 컵스)이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도착했다.

 시카고 컵스는 5일(한국시간) 마이너리그 트리플A(아이오와 컵스)에 있던 임창용을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등록했다. 임창용은 곧바로 이날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전에 불펜 대기했다. 접전 끝에 컵스가 9-7로 이겨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7~9일 밀워키와의 3연전 중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인 컵스는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젊은 선수들을 마이너리그에서 불러 올렸다. 임창용을 제외한 투수들 평균 나이는 27.1세. 그러나 컵스는 37세 임창용도 유망주로 분류했다. 데일 스웨임 컵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임창용이 마이너리그에서 잘 던졌다. 그가 빅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오랫동안 꿈꿨던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니 설렌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난 루키(신인)인데 여기서 나이가 가장 많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와서 내게 인사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컵스 투수 중 나이가 가장 많고, 야수 최고참 코디 랜섬(37)과 동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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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로써 임창용은 추신수(31·신시내티)·류현진(26·LA 다저스)에 이어 현역 세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1994년 박찬호(당시 다저스) 이후 14번째 한국인 빅리거다. 한국·일본 프로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경우는 이상훈(LG→주니치→보스턴)·구대성(한화→오릭스→뉴욕 메츠) 다음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나이는 한국인 중 임창용이 가장 많다. 만 37세에 데뷔하는 메이저리거는 미국에서도 희귀하다.

 그가 메이저리그를 꿈꾼 건 11년 전이다. 1995년 해태에서 데뷔해 98년 삼성으로 이적한 임창용은 2002년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입찰)에 도전했다. 그러나 입찰액이 65만 달러(약 7억원)에 그치자 삼성은 미국 진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임창용은 계속 직진했다.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2007년 말)을 받은 뒤 입지가 좁아진 2008년, 오히려 일본 진출을 추진했다. 삼성에서 받았던 연봉(5억원)보다 낮은 3000만 엔(당시 약 3억원)만 받고 야쿠르트에 입단했다. 마무리와 선발을 오가며 104승66패168세이브를 올린 한국 최고 투수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조건이었다.

 퇴물 소리를 들었던 그는 일본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5년 동안 11승13패128세이브를 올렸고, 일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최고 구속 160㎞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1~2012년에는 연봉이 3억6000만 엔(약 40억원)에 이를 정도로 특급 대우를 받았다.

 임창용은 지난해 7월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래도 일본에 남았다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또 직진했다. 시카고 컵스와 1+1년 최대 500만 달러(약 54억원)에 계약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하면 수십만 달러밖에 받지 못하지만 그는 마지막 도전을 선택했다.

 지난 2월부터 재활훈련에 매달린 그는 6월 이후엔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 17~18세 선수들과 겨루는 루키리그를 시작으로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모두 거쳤다. 임창용은 “준비는 다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힘차게 던지겠다”고 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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