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항복조인 25주년 당시의 미주리함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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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1일UPI동양】바로 25년 전 9월2일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항복문서에 서명한 일본 외교관이 그의 펜을 들고 자리를 떴다.
「더글러스·맥아더」장군 보좌관들은 노한 표정으로 일본 외상「시게미쓰·마모루」의 물러가는 광경을 주시했다. 이날 동경만에 정박한 거대한 미전함 미주리호 함상에는 항복문서와 더불어 소위『항복 서명용 펜』이 마련돼 있었다. 이 펜은 후에 버지니아주 노포크에 세워진 「맥아더」박물관에 보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책상 앞에 다가간「시게미쓰」외상은 그의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서명한 뒤 이를 갖고 걸어나간 것이다.
당시「맥아더」장군의 측근은 누구도 그에게 펜을 요구함으로써 감히 항복조인식의 위엄을 실추시킬 생각은 갖지 못했다.
「시게미쓰」가 가장 고난에 찬 시기에도 이와 같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 태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에도 일본인들에게 남아 있어 지금도 그러한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오늘날 일본인들은 항복조인식 25주년인 9월2일을 별 관심 없이 보낸다.
일본인들은 매년 세계 제2차 대전 종전 일로 8월 15일을 기념하고 있는데 당시 「히로히도」(유인)일본천황은 이날 특별방송을 통해 일본의 항복을 발표했었다.
패전을 맛 본지 4반세기를 보낸 지금 일본은 세계 제3위의 공업국으로 성장했다. 일본의 국민총생산(GNP)은 미국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허먼·칸」은 이는 미구에 일본은 미국과 대등한 경제력을 구가하는 가운데 태평양지역에서 지배적 세력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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