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의 뉴욕 양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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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9개의 볼넷을 기록한 배리 본즈는 남은 경기에서 2개만 더 추가하면 1926년 뉴욕 양키스 소속이던 베이브 루스가 기록한 11개와 타이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현재 추세면 동률이 아닌 신기록이 쓰여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2002년의 본즈는 여러모로 1926년도의 루스와 많이 비슷하다.

베이브 루스는 2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11개의 볼넷을 골랐다. 그만큼 집중견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견제속에서도 4개의 홈런을 쳐냈고 5타점을 기록했다. 타점이 적은 것은 카디널스 투수진이 주자를 둔 상태에서 루스와 승부하길 꺼렸기 때문이다. 당시 루스의 출루율은 0.548이였고 장타율은 0.900에 이르렀다.

3차전까지 0.692의 출루율과 1.714의 장타율을 기록한 본즈도 루스와 같은 길을 걷고있다.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투수들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본즈에게 승부를 걸지 않는다. 그것은 1회에도 마찬가지다. 에인절스는 4차전에서 연속 3개의 고의사구를 내줬다.

그러나 자이언츠가 에인절스에게 열세를 보이는 것은 본즈가 걸어나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를 치르는 동안 볼넷은 얻을만큼 얻었다. 자이언츠의 열세는 베니토 산티아고의 부진과 그 맥을 같이한다.

J.T 스노우와 함께 꼭 필요한 '한 방'을 쳐주던 산티아고는 4차전까지 0.176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중이다. 타점은 2점에 불과하다. 4차전에서도 2차레나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치는 등 걸어나간 본즈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그나마 3할을 넘게치는 스노우가 없었다면 일방적인 경기가 될 확률이 컸다. 스노우는 4차전 결승득점의 주인공이다.

이런 상황도 26년의 양키스와 비슷하다.

당시 루스를 타선의 앞 뒤에서 보호해주던 선수들은 루 게릭-토니 라제리-얼 컴스 등 훗날 명예의전당에 들어가는 대스타들. 그러나 라제리의 부진이 컸다. 라제리는 7차전동안 26타수 5안타, 0.182의 저조한 타율을 보였고 3타점만을 올리며 중심타선의 몫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게릭과 컴스 등이 뛰어난 타격을 보였지만 아쉽게 4승 3패로 카디널스에 무릅을 끓었다.

26년도의 양키스는 결코 약한 팀이 아니였다. 양키스가 배출한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인 밀러 허긴스감독을 중심으로 23년부터 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투수진도 허브 페녹-웨잇 호이트 등이 중심을 이뤘고 훗날 200승 투수가 되는 샘 존스도 양키스 일원이였다.

그러나 11번이나 걸어나간 루스를 재대로 활용하지 못한 양키스는 카디널스에 패했다. 자이언츠가 에인절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본즈가 얼마나 많이 홈을 밟느냐에 달려있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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