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1)염동호<변호사>|장발족의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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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당국에서는 요즘 소위장발족의 일제단속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그런 풍조가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나라에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를 깎지 않고 흔들거리며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을 볼 수가 있다. 이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혐오를 느끼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공개된 장소에서 신체의 전부나 또는 중요부분을 노출한다면 형법상의 공연음란죄가 될 것이고 난폭 또는 위협적인 언동으로 타인에게 불안감 또는 혐오감을 주었다면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위 장발족의 전부가 그러한 행위를 하는 자라고 규정 지을 수도 없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어떤 자는 다만 머리만 길게 길렀을 뿐이지 음란한 행위나 또는 남에게 난폭 또는 위협을 가한바 없이 자기의 학업이나 또는 직책에 충실하게 종사하는 자도 있으리라. 따라서 단순히 머리를 깎지 않고 길렀다는 사실만 가지고서도 당국의 단속대상이 될 수 있는가는 극히 의심스럽다. 옛날 이 나라에 단발령이 내렸을 당시에 긴 머리를 강제로 깎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은 있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하여도 벌써 옛날이고 지금은 민주사상이 깊게 뿌리 박혔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유라고 하는 것이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머리를 기르거나 깎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에 속할 것 같다. 한데 당국에서는 그들을 이발관에 데리고 가서 머리를 깎게 하였다고 한다.
머리를 길렀다는 단순한 사실만 가지고 처벌할 법률이 없는 것으로 안다. 다만 그것이 사람에게 단정하게 보이지는 않지마는 그것은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단정하게 보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도덕판단에 위배될 뿐일 것 같다. 그들의 풍조가 사소한 법률에 저촉이 되어 단속의 대상이 된다 할지라도 모름지기 당국으로서는 일정한 기간 경고를 하여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머리를 깎게 하고 그 기간이 경과된 다음에 단속을 하였다면 인권 면에서나 시책 면에서 당국은 보다 더 많은 칭송을 받았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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