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인 가전제품 수리비는 누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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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최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월세 든 김창순씨. 입주한 지 2년가량 된 비교적 새 오피스텔로 냉장고는 물론 세탁기·가스렌지·에어컨 등이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김씨가 월세 든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이달 초 에어컨이 고장났다. 집주인에게 얘기하니 일단 고치라고 해 서비스센터에 의뢰해 11만원을 주고 부품을 교체했다. 무상 AS 기간이 지나 수리비가 발생한 것이다.

김씨는 이 돈을 집주인에게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문제 없이 잘 쓰던 에어컨으로 사용자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며 김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빌트인으로 설치된 에어컨을 왜 내가 부담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빌트인 주택 늘면서 분쟁 급증

요즘 오피스텔은 물론 도시형생활주택까지 냉장고·에어컨 등을 기본으로 갖춘 경우가 늘면서 이런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신규 입주 단지의 경우 가전제품은 AS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입주한 지 2~3년된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특히 기존 세입자가 물건을 험하게 쓴 경우라면 뒤이어 입주한 세입자가 수리비 등을 뒤집어 쓸 수 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 문제엔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용자 부주의에 의한 경우나 소모성 부품이라면 사용자가 수리 비용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반대로 노후화 등으로 인한 고장 혹은 교체해야 한다면 당연히 집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중개업소들은 “세입자가 부주의로 시설을 파손한 경우엔 세입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한다. 그러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특히 김씨의 경우처럼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빌트인 가전제품이 고장난 경우라면?

세입자·집주인간 협의가 중요

이 역시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게 아니므로 집주인과의 협의가 중요하다. 세입자 입장에선 억울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선 기존 세입자 때는 문제 없던 제품이 갑자기 고장 났다면 새 세입자가 잘 못 다뤄 고장이 났다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중개업소도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임차인이나 임대인 모두 중개업소의 고객이므로 어느 한쪽 편을 들기 힘들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비스센터 직원의 판단이 중요하지만 가전제품이라는 게 고장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 또한 큰 도움은 안 된다”고 말했다.

세입자 입장에서 집주인을 잘 만난다면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다툼이 생기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결국 ‘집주인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수리비용이 크지 않다면 세입자가,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라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공동 부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빌트인 가전이 설치된 경우 계약서 작성 때 고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계약 때 특약으로 이런 내용을 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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