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원의 진료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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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보사부는 의료법 시행령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골자는 간호원의 간호행위를 법적으로 보장하려는데 있다. 현행법은 다만 의사의 보조역으로만 국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의사 없이도 간호원이 혼자서 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의사에게는 사후 보고할 의무만을 진다.「사후보고」는 적어도 생명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서는 있을 수 없다 사자를 다시 일깨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누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에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나 버린 것이다.
생명의 소멸은 예고가 없다. 또한 시문의 유예도 없다. 언제 불시에 죽음의 손이 뻗쳐 생명을 앗아갈지 모른다 환자의 시문은 일각이 새롭고 귀하다 상황의 순간적인 오판은 촌 각을 다투는 생명의 숨결을 꺼버릴 수도 있다. 투약도 마찬가지이다 오판에 의한 투약의 효과가 빚어내는 부작용은 비눗물을 닦아내듯 씻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시작이 잘못된 상황에선 종말은 이미 모든 것이 늦어지고만 다음이 되고 말 것이다
그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의사의 수련과정은 심각하게 다룬다.
우리 나라에서도 의사로 독립하려면 적어도 꼬박 11년이 걸린다. 예과·본과·인턴·레지던트의 과정을 밟아야 비로소 한 환자의 고통 앞에 진지하게 직면 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자격은 국가에서 엄격히 제한한다. 자동차 운전사가 면허증을 맞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러고도 의사가 되려면「히포크라테스 선언」알에 엄숙히 머리를 숙여야 한다.
인간 생명의 존중엔 인색할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간호원은 최저 2년의 과정만 마치면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이면 자연 연령으로 20대 초입에 불과하다 20세 혹은 21세, 최근에 이르러 4년 제 간호대학과정이 점차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 대다수 간호원들은 여전히 2년 과정의 수료자들이다.
11년 과정의 의사역할을 1년 과정의 간호원들에게 잠시나마 대항시키려는 것은 엄청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의사와 간호원과는 엄연히 수련과정이 구별된다.
일본의 명의 중중 박사는 만년에 자신의 오진 율이 14.2%라는 고백을 한 일이 있었다. 의사는 이처럼 평생의 경험과 인간 수련을 쌓아도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한다. 하물며 간호원에게 비록 일시나마 치료 권을 허용하려는 것은 심각히 고려할 문제이다. 간호원을 천사의 지위에서 악마로 떨어뜨리려는 법안은 실로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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