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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음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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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방이후의 어린이 교육은 중학입시에 억눌려 늘 정서교육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감수해왔다. 서울에서 중학입시가 폐지된 지 2년, 억눌렸던 특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음악·미술·무용·체육 등 특기교육의 바른 개발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본다.
여자의 특기교육으로 음악을 선택하고 나서 부모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욕심을 컨트롤하는 일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진전이 뚜렷하고 콩쿠르가 많고 꿈이 최대로 화려할 수 있는 음악은 자칫하면 어린이에 앞서 부모가 욕심에 휘말려들기 쉽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연주가로 대성해 주었으면 하는 욕심을 가진 부모라면 우선 유치원과정을 음악학교로 보내거나 6살 정도에서 레슨을 받게 하는 게 좋다. 피아니스트 정호자 교수는『기악에서 조기교육이 절대적인 이유는 악기에 대한 어려움을 손이 굳기 전에 극복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아이가 글씨를 쓸 수 있을 때』를 가장 적당한 시기로 보았다.
지난 20년 동안 피아노와 바이얼린의 조기교육을 실시해 온 삼흥 음악학원에서는『아이가 손가락으로 다섯까지의 숫자를 샐 수 있으면 음악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고 실제로 박자를 표시하는 사과 그림 등 4, 5세정도 어린아이들의 음악교육을 위한 시청각교재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이 시기의 공부는 악보 읽기에 치중해야하며 어린 손에 부담이 많이 가면 새끼손가락이 구부러지는 수도 있다.
어린이들 중에는 특히 손재주가 좋은 아이가 있는데 이런 아이는 악기를 다루는 솜씨가 곧 뛰어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앙증스런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에 기쁨을 금치 못하던 어머니들은 이쯤 되면『천재』라는 단정을 하는 게 인정이다.
정호자 교수는 이때야말로 조심해야 할 때라고 말하면서『진정한 음악적 재능은 빨라야 국민학교 4, 5학년, 보통이면 고1정도, 늦은 편이면 대학에 가서야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음악성』, 음악성 하지만 진정한 음악성은 악보를 읽고 느끼는 감정이 흐느낌의 깊이에 이르고 그 흐느낌을 청중에게까지 전달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
손재주를 음악적 재능으로 오인, 아이에게 천재교육을 강요했다가는 나이든 후의 좌절이 주는 상처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어린이 음악 콩쿠르의 입상순위에 지나친 신경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롱아일랜드 청소년음악 콩쿠르에서 1등으로 입상했던 소녀 피아니스트 이령인 양의 어머니 김재연 여사는『연주가로 대성하겠다는 꿈은 부모보다 본인이 먼저 갖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5년 전 내한했던「줄리어드」의「문츠」교수가 유학을 권유했을 때 11살 난 어린 딸이『가서 공부하고 가서 훌륭한 연주가가 되겠다』고 선뜻 나서는 것을 보고 딸의 작은 가슴에 그런 의지가 자라있었나 놀랐다는 것이다.
음악적 재능이 보이기 시작하는 소년·소녀들의 외국유학은 최근 붐을 이루어 명문 줄리어드에만 예비학교를 합쳐 현재 40여명이 가 있다.
나이 어린 음악 도들의 외국유학에 대해『장단점이 있다』고 전제한 정진우 교수는 특히 나이 어린 학생일수록 연주가가 되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모의 욕심으로 띠나보낸 학생들 중에는 홈·시크에 지쳐 음악공부는커녕 정신장애를 일으킨 사람까지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재학 중 고국에서의 연주회를 위해 잠시 귀국한 이령인 양은『대가가 되리라는 부푼 꿈으로 왔다가 한두 달만에 좌절감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중학입시가 폐지되고 나서 악기 상들은 전보다 10∼15%의 피아노 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산피아노(10만원∼30만원)와 바이얼린(3천5백원∼5천 원)의 양산으로 음악교육은 어느 때보다 널리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교사의 선택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 교수는 이름 있는 음대교수에게 대개 어느 동네에 믿을만한 음대졸업생들이 있는지 추천 받도록 하라고 일러준다. 레슨 비는 교사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나 저명한 교수가 아니라면 월 5천 원∼1만5천 원.
음악교육은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서를 아름답게 키워 주려는 것 이상의 욕심을 내서는 안되며 학교의 합창단 합주단에 참가시키는 것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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