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식품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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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는 해마다 부정불량식품을 단속하고 있지만 규격화가 안된 식품 제조, 단속 인원의 부족, 그리고 시민의 무관심 등으로 부정 불량식품이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서울의 2천8백 개소의 식품 제조업소에서 생산하고 있는 1천 종이 넘는 식품을 일일이 검사한다는 것이 기술이나 제도 등 여러 가지 여건에 비추어 불가능한 실정이고 보면 업자들의 양심적인 제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부정식품단속은 서울시의 영원한 숙제로 남는다.
시 당국이 올 들어 수거, 위생 시험소에서 검사한 3천여 건의 식품가운데 약 10%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보건소 단속반은 올 들어 8천여 건의 부정식품을 단속, 폐기처분 했지만 시장이나 뒷골목 등에는 비위생적인 식품이 조금도 줄지 않고 있다.
부정식품이라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제조한 부정식품과 허가제품 가운데 유해성이 있는 불량식품을 포함해서 말하지만 시민 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불량식품이다.
시장에 나도는 떡이라든가 냉차 류 등 비위생적인 무허가 제품은 사먹지 않으면 그만 이지만 허가제품의 유해성은 허가 제품이란 공신력 때문에 시민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몇몇 대기업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는 우유에서 대장균과 일반 세균이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검출돼 시민을 놀라게 한 것은 그것이 바로 허가제품이었기 때문에 더 한층 충격이 컸다.
지금까지 시 당국의 식품위생단속은 주로 무허가 제품에만 치우쳐왔다.
연 4회 허가식품에 대한 검사를 하도록 돼있으나 시 위생 시험소 기능이나 인원 부족 등으로 형식적으로 연 1회 검사한데 그쳤다. 시청 안에 있던 시 위생 시험소는 지난15일 한남 동으로 옮겨 시설을 확장, 연 2회 이상 식품검사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속 인원과 기동력도 현재는 너무나 부족하다.
각 보건소 위생과 직원 72명이 식품단속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단속전담 차량은 한 대도 없다. 일본에서는 인구 2천명에 식품단속인원이 1명 꼴로 배정돼 있는데 서울의 경우는 약 7천명에 1명 꼴이다.
부정식품 근절을 위해 시급한 것은 식품의 규격화, 식품업소허가 조건의 강화, 위생시험소 기능의 강화, 연구기관의 구성 등과 시민 계몽 등.
서울시는 간장 등 액체 식품용기 되쓰는 일부「플라스틱」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된 것을 밝혀내고 이의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액체 식품포장을 위한 용기를 통일, 규격화하고 간장·된장 등은「비닐」봉지에 넣어 제조공장과 제조 연월일을 표시하도록 방안을 마련중이다. 이 같은 방안은 다른 과자 류 나 사탕 류 등에도 적용해 색소사용의 통일도 강구해야 한다. 식용 색소라도 여러 가지 쓰면 역시 해로운 것이고 보면 색소의 단일화는 필요한 것.
또 이같이 제품을 규격화하면 부정식품 여부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당국의 집계에 의하면 허가 받은 제조업소 규모가 작을수록 그 제품은 불량식품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품 업소의 허가 조건을 엄격히 규정, 식품 업소를 대기업화 하는 것도 부정식품방지책의 하나이다.
또한 부정식품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의 자발적인 고발과 협조가 필요하다. 자녀들에게 비위생적인 식품을 사 먹지 말도록 지도하고 부정식품의 검사를 의뢰하는 등 참여의식을 가지지 않는 한 부정식품은 근절하기 어렵다.
서울시대 2백12개 국민학교 어린이들은 지난 5월부터 학교주변 부정식품 몰아내기「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현봉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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