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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세계 정상에의 새 이정표 한국 축구 아시아 제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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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축구는 「아시아」를 제패했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이 시점에서 흥분과 환희에만 그칠 수 없는 문젯점을 안고 있다. 언젠가 대결해야 할 북괴와의 「스포츠」전쟁, 그리고 내년「뭔헨·올림픽」예선, 뿐만아니라 멀지 않은 12월 「방콕」「아시아」대회 등 많은 험난한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년 제1회 박정희 대통령배 쟁탈 축구대회가 서울에서 실현된다면 국민의 기대감을 저버릴 수 없으며 71년「아시아」선수권대회, 「메르데카」배 대회 보존, 나가서는 74년 「뭔헨」「월드·컵」대회 출전 등 한국축구의 나아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이번 「메르데카」대회에서 7차의 가시밭길을 통해 한국축구는 「승부와 정신력」에서 승리했지만 기에서는 숱한 과제를 노출했다. 여기에서 축구계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한국축구의 기를 알아보고 세계로 향한 자세를 다져본다.

<점프향상으로 작은 키 극복>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것, 고질인 결정적「슈팅」의 부정확은 「트레이닝」방법의 개혁으로 고쳐야한다. 평상시 훈련에 상대가 없이 「프리·슈팅」만 열심히 하다보면 막상 경기에 임해 문전「볼」처리의 미숙과 부정확을 가져온다. 또한 「슈팅」율의 저하는 「폼」의 고정이 안돼 있고 평상시 「골·키퍼」를 궁지에 몰아넣는 「타이트」한 문전연습이 없었고 「골·키퍼」에게 「타이밍」을 맞추며 훈련했기 때문이다.
축구는 습성이며 이런 어설픈 「슈팅」연습은 곧 경기에 임해 습성이 무의식으로 노출―「크로스·바」나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기 마련이다』(67년「메르데카」 한국·「버마」공동우승 때 감독 장경환씨의 말).
『우리는 항상 제공권의 열세에 놓여 수난이 더욱 크다는 말을 듣는다.
이것은 한국인이 서구인보다 키가 작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있지만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훈련인 「점프」력의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지난 66년「런던」「월드·컵」때 북괴의 평균신장은 1m 68㎝(현 청룡 1m 72㎝)이었지만 제공권을 뺏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곧 「점프」력의 우세를 말하는 것인데 「점프」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서전트·점프」70㎝를 「풀·타임」할 수 있는 「스태미너」양성이 필요하다』(전 양지「팀」「코치」강준영·장경환씨의 말).
『축구황제라 불리는 「브라질」의 「펠레」도 1m 72㎝밖에 안된다. 따라서 「점프」력이 좋아지면 비록 서구인보다 신장의 열세일지라도 제공권은 뺏기지 않는다』(축구협회 상비군 「코치」박경호씨의 말).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공격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연습때도 상대를 의식하고 진박한 「플레이」를 해야하며 「센터링」을 차단 당하는 제공권의 열세를 「점프」력 향상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적의 기습적인 공격에 말려들어 어이없는 실점을 당하곤 한다.

<개인기 앞엔 수비진 무력>
이런 현상은 곧 「디펜스」가 부족하다는 것이지만 더 큰 요인은 개인기 부족이라 지적할 수 있다.
금년 「멕시코」「월드·컵」대회 때 「이탈리아」의 조직적인 「디펜스」는 두터웠지만 결승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브라질」선수들과의 개인기 차이였다.
수비는 조직력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이 조직력도 개인기 앞에는 무너지게 마련.
따라서 한국 선수들의 개인기 향상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위치에 왔다』(「멕시코」「월드·컵」대한축구협회 대표 오완건·장경환씨의 말).
『개인기 부족이 「슈팅」부정확을 초래함은 명백한 결론이다. 문전에서 「볼」을 잡는 순간 「논 스톱」으로 「패스」한다는 기분이 결국 득점이 되는 것이다』(60년 한국 첫 공동우승 때 주장·축구협회 상비군「코치」 함흥철씨의 말).
『한때 한국선수는 노쇠기에 왔다는 혹평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볼·키핑」·「드리블」·투지에서는 단연 압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중거리 「슈터」를 양성, 적의 밀집방어를 깨고 상대방에 「타이밍」을 주지 않는 「인·스텝·슈팅」의 습성이 요구되고 있다』(이번 대회 한국감독 홍덕영·함흥철씨의 말).
축구는 11명이 하나의 「볼」을 공동으로 처리하는 「팀·플레이」지만 개인기가 승패에 직결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가 문전에서 밀집방어를 시도할 때 이것을 뚫는 것은 개인기뿐이다.
『일본은 앞으로 20년 후 세계 축구에 도전하겠다지만 이번 「월드·컵」「베스트」11에 신장 1m 74㎝선수가 5명이나 포함, 신장이 절대적 요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론·그라운드」에서 재치있는 「슈팅」의 습성을 양성하면 20년 기다릴 것 없이 곧 세계무대에 나아가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강인한 체력과 끈기심을 가진 한국축구의 전통이다』(강준영·오완건씨의 말).

<체험위주의 훈련방법지양>
『한국「팀」의 투지에는 어느나라고 모두 감탄하고 있다. 몸을 내던지는 깊은 「태클」과 끈질기게 버티는 강인성을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 한국이 강한 「팀」에 강하고 약한「팀」에 약하다는 특유의 전통이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자면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팀·워크」가 절실하다』(홍덕영씨의 말).
『예부터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하다」는 것이 선수들 마음속까지 깊이 박혀있는 전통이다. 이것은 곧 한국축구만의 전통이 아니라 국민성의 결과이다. 얕잡아보는 습성과 강하면 어느 정도이겠느냐 하는 강인한 정신력, 이런 국민성의 일단이 「그라운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함흥철씨의 말).
한국축구는 개인기의 향상과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한 이론설정과 기술훈련에서 밝은 미래상을 내다 볼 수 있다. 체험에 의한 막연한 훈련방법과 기분으로 좌우됐던 축구는 이제 멀려나갔다.
따라서 멀지 않아 부딪칠 북괴와의 「스포츠」전쟁에 대비, 한국 축구는 지금부터 다시 정비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글 노진호기자
사진 구태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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