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방협곡/박종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복계서 점심을 먹는 동안 기차는 저 유명한 검불랑올 향하여 간다. 푹푹푹, 푸푸푸 차는 죽을힘을 다하여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의 걸음만도 못한 것이었다. 대자연과 문명, 자연 앞에 역동하고 있는 조그마한 사람의 힘, 그것은 마치 어린애의 장난과 같다.
푸푸푸 헛김 빠진 소리만 저절로 터져 나온다. 만일, 이것이 동물이라면 전신엔 함빡 땀으로 물초를 하였을 것이다. 칠전팔도, 그 기어올라가는 꼴이 마음에 마치 지각을 가진 동물을 타고 가는 양, 안타까운 착각을 가끔가끔 느끼며 홀로 가만한 고소를 날려버렸다. 검불낭, 칼을 씻어 물결에 후리친다. 삼방고전장과 그럴 듯 무슨 인록이 있는 것 같은 이름이다.
차가 가지 아니하니 「정마불전인불어」! 환상은 별안간 이 글귀를 불러일으켰다. 삼방유협으로 쫓긴 선종 (궁예가 초토에 묻혀 승으로 있을 때 이름) 이 주름잡힌 이맛살과 추해진 애꾸눈을 부릅뜨며 어이없는 기막힘을 직면하여, 금성일갈 판신 왕건을 목통이 터져라 하고 호령하다가 나는 독시에 외눈을 마저 맞고 마상에서 떨어져 차타하는 꼴이 보인다. <「청산백운점」에서·l935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