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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팬, 긴 줄서고 서버 다운되고 … 그래도 좋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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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잠실야구장에 있는 LG트윈스 야구용품점에 팬들이 유광점퍼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구단 측이 준비한 점퍼 400벌이 2시간 만에 동났다.

올해 프로야구 시즌은 LG트윈스가 여러모로 화제다. 10여 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커지며 LG팬들 행보가 하나하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광점퍼(표면이 광택나는 점퍼) 소동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7일엔 LG트윈스 관련 기념품을 파는 트윈스샵이 하루 종일 검색사이트 상위권에 올랐다. 온·오프라인상에서 유광점퍼 400벌을 판매하는 날이었는데, 잠실야구장의 LG트윈스 오프라인 야구용품점엔 이걸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쇼핑몰 트윈스샵은 접속자가 몰려 판매 시작 3분 만에 서버가 다운됐다. 결국 이런 소동 끝에 점퍼는 2시간 만에 ‘완판’됐다.

도대체 야구 점퍼가 뭐길래 이 야단일까.

유광점퍼는 가을 야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시즌 상위 4개 팀만 정규 리그 이후 10월부터 포스트시즌을 하는데, 이 구단 팬들만이 쌀쌀해지는 가을에 자기 팀 점퍼를 입고 응원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거다.

　LG트윈스는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LG팬들은 아무리 입고 싶어도 점퍼 입을 일이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1, 2위를 다투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고, 흥분한 팬들이 유광점퍼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LG트윈스는 지난달 27일 판매를 비롯해 올해 야구점퍼만 1000벌 이상 팔았다. 올해 LG트윈스 야구상품 총 판매액 중 7%에 달한다. 이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점퍼는 4~5월과 9~10월 등 봄·가을에 집중 판매된다”며 “원래 9월 판매 예정이었는데 팬들 성화에 올해는 더 일찍 팔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구단별로 가장 잘 팔리는 야구용품은 뭘까. 유니폼 상의가 단연 1위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등 대부분의 구단에서 판매 비율이 40~60%대다. 다음으로는 모자다. 넥센 히어로즈의 경우 20%, 두산 베어스는 16.8% 등이었다. 각 구단들은 챙과 덮개 부분 색깔을 달리하는 등 다양한 모델을 내놓는다. LG트윈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모자 종류만 29개나 된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비하면 국내 프로야구 용품 시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MLB는 국내에만 202개 매장이 있다. 이곳에서 미국 모든 팀의 모자와 유니폼 등을 판다. 그뿐만 아니라 가방·신발도 있다. 이미 해당팀 팬들만 사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 자체가 하나의 패션 브랜드가 된 것이다. 매장에서 만난 고객 박모(29)씨는 “딱히 좋아하는 미국 프로야구 팀이 있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디자인이 예뻐 집에 MLB 모자만 4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내 또래 친구들은 다들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각 프로야구 구단들이 본격적으로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은 건 2006년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올랐을 때다. 이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야구 팬 인구가 늘어나면서 야구용품 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여성팬이 늘면서 두산 베어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여성 팬을 위해 분홍색 유니폼·모자 등을 내놓았다. 지금도 구단별로 꾸준히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마케팅 관계자는 “최근 힙합 스타일의 일자 챙을 야구모자에 접목해 내놨는데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그러나 MLB만큼 시장을 키우려면 개별 구단이 아니라 통합해서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 이진형 이사는 “국내 프로야구 용품시장 매출은 현재 3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며 “모든 구단이 통합사업에는 합의했기 때문에 조만간 관련 수익을 많이 내는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