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경제적 혼미시대|미·영·서독 등 경제 3대국의 증상을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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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로이·해로드」(옥스퍼드대 교수)경은 최근 불안정한 경기변동을 거듭하고 있는 미·영·서독 등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3대국의 증상을 진단하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해로드」 교수는 오늘을 경제적 혼미시대라고 지적, 이를 올바르게 분석하지 못하는 경제학의 약점도 솔직히 시인하는 논문을 외지에 기고했는데 그 내용을 간추리면-. (편집자주)
세계의 경제대국 가운데 미국·영국, 그리고 정도는 가벼우나 서독 등 3개국은 현재 적절한 당면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혼미상태에 있다.
이 3개국의 경우, 경제정책을 에워싼 목적과 방법이 상반하는 것과 같은 상태에 있다고 해서 그의 전책임을 정책당국자나 정치가에게 지게 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잘못은 혼미한 오늘의 경제학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학의 통념은 신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가 적당히 결합하여 확립되고 있다고하나 지금 고경에 처하고 있는 우리에게 적당한 것이 대단한 역할을 할 리는 없으며 날카롭게 핵심을 찌른 분석이 유용할 것이다.
「케인즈」의 사고가 가장 뒷받침이 된 때의 세계는 과소수요에 의한 「데플레」에 괴로움을 받거나 임금 「푸쉬·인플레」라는 문제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었다.
앞에 말한 3개국은 모두 최근 폭발적인 임금상승에 뒤흔들려 왔다.
서독은 미·영국과는 달리 이 임금상승이 강력한 「디맨드풀」(수요초과)에 의한 「인플레」와 연결돼 있다. 따라서 서독의 경우, 정통적인 「디플레」 정책이 소망된다.
7월초 서독은 금융면에서 예금준비율 재인상과 함께 소득세·법인세의 10% 선불제, 특별감가상각제도 ?정정지 및 71년도 재정지출 대폭증가 등 재정면에서의 조치를 취했으나 이들 「데플레」조치가 71년 전에 필요한 성과를 거들 지는 알 수 없다.
서독이 엄격한 재정·금융규제 조치로 71년 전에 수요「인플레」를 종식시킬 수 있다해도 그것으로 임금·물가의 나선형 상승을 그치게 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한편 서독의 대외 「포지션」도 상당히 악화, 경상수지 흑자폭은 69년 1월∼4월의 5억4천5백만불에서 70년 동기에는 약 5천4백만불로 감소했으며 기초수지(경상수지, 정부간 이전, 장기자본수지)도 70년 1월∼4월에는 약 12억불 적자가 됐다.
때때로 서독 기초수지 적자는 단기자본 유입으로 메우어 왔으나 서독 연은의 「마르크」 절상과 폭발적인 임금상승이 상승하여 69년에 보였던 국제경쟁에서의 서독 우위는 상실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최근 「유로」 금리하락으로 양독의 대외 「포지션」이 약한데도 불구하고 거액의 단자유입이 있었으나 그 원인은 서독도 「캐나다」처럼 변동시세를 채용하리라는 전망 때문인 것으로 결국 어느 시기에는 서독 「마르크」도 곤란한 때를 만날 것 같다.
미국도 또한 거의 폭발적인 임금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서독과는 달리 미국은 「디맨드풀·인플레」가 아니고 오히려 최근 몇달동안 경기후퇴를 맛보고 있다.
총수요가 공급능력을 하회하고 있는 경제에 있어 임금주도에 의한 물가상승 「스파이럴」이 보이는 경우 이의 올바른 대책은 소득정책이다.
소득정책은 민주당 정권에 의해 실시되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나 공화당 정권은 「인플레」는 자유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금융·재정정책의 「패인·튜닝」(?동조정)에 의해 억제할 수 있다는 이론적 이유로 거부했었다.
그러나 「인플레」와 경기후퇴가 같이 움직이는데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유력해졌고 「닉슨」 대통령도 6월17일 소득정책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이다.
영국도 총선거열이 가라앉았으나 미국과 같이 총수요가 공급능력을 하회하는 상황 아래서 임금의 폭발적 상승과 임금·물가의 상승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영보수당은 금융·재정의 「패인·튜닝」에 의해 시장경제는 자율적으로 「인플레」 억제가 된다고 굳게 믿고 있으므로 소득정책을 실시하기까지는 미국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할 지 모른다.
영경제의 현저한 특징은 재정흑자가 거액이 된 것이며 따라서 「코스트·푸쉬·인플레」를 초래하지 않고 국내경제를 확대한다는 과제는 미국보다 훨씬 용이할 것이다. 왜냐하면 재정흑자를 줄이는 것만으로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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