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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부활 날갯짓 … 33년 만에 터미널 리모델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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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3년간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을 하던 김포공항의 역사 반쪽이 완전히 사라졌다. 화려했던 역사를 뒤로 하고 국내선 위주의 작은 지방 공항의 하나로 전락한 것이다.”

 김포공항 직원들은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하며 국제선 기능을 넘길 때의 심정을 이렇게 묘사했다(『코드 S에 숨겨진 비밀』, 한국공항공사, 2012년). 그로부터 12년. 김포공항이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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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항공사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완공된 지 30년이 넘은 국내선 여객터미널의 전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고 2일 밝혔다. 현재 할인매장 등에 빌려준 옛 국내선청사와 화물청사 앞 부지를 공항업무단지와 배후지원단지로 재개발하는 청사진도 3일 공개된다.

 국내선 터미널 리모델링은 2017년까지 2500억원을 투입해 건물 내부와 외부를 전부 뜯어고치는 계획이다. 공사 중에도 공항은 정상 운영된다. 이현성 공항공사 건설사업팀장은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터미널을 총 6개 지역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공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끝나면 3층 출발 대합실은 현재보다 2220㎡(671평) 넓어진다. 보안검색대는 현재 10대에서 14대로, 비행기로 옮겨 타는 탑승교는 9기에서 12기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항공기가 탑승교를 이용하는 비율도 69%에서 100%로 올라간다. 그동안 공항 이용객 10명 중 3명은 멀리 떨어진 주기장(駐機場)까지 버스를 타고 가 비행기에 탑승을 해야 했지만 앞으론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 2층 항공사 체크인카운터를 재배치해 짐 부치는 시간을 15분에서 5분으로 단축한다.

 김포공항 국내선 여객터미널은 1980년 완공됐다. 이후 국제선 1청사로 활용되면서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손님을 맞았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90년대 초 많은 젊은이가 이곳을 통해 배낭여행을 떠났다. 터미널이 북새통을 이루자 “환송·환영은 직장과 가정에서”라는 공익광고가 TV로 방송될 정도였다.

 하지만 2001년 인천공항이 문을 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입지가 좋았던 국제선1청사는 국내선 터미널로 전환됐다. 국제선2청사(현 국제선 여객 터미널)와 옛 국내선 청사는 빈 집 신세가 됐다. 이듬해부터 대형 상업시설을 유치하고 2003년 국제선 운항이 일부 재개됐지만 한때 세계 9위(이용객 3650만 명, 1997년 기준)에 올랐던 대형 공항의 모습은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김포공항 이용객은 국내선 1530만 명, 국제선 409만 명으로 인천공항(총 3897만 명)의 절반에 그쳤다.

 공항공사는 김포공항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선 터미널 리모델링과 함께 상업시설 임대계약이 끝나는 대로 공항 내에 업무단지와 배후지원단지를 조성하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인천공항보다 서울 도심에 가깝다는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공사는 이 마스터플랜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고 지난달 말 국내선 터미널 리모델링 허가를 받았다.

 현재 이마트·우리들병원이 입점해 있는 옛 국내선청사 부지(총 7만8130㎡)는 공항업무단지로 개발되며 합동청사와 임대오피스·비즈니스호텔 등이 들어선다. 공항경찰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건물 등이 있는 화물청사 건너편 부지(총 10만2668㎡)는 배후지원단지로 조성되고 항공우주박물관과 의료관광용 메디컬센터, 특1급호텔, 항공교육센터가 건설된다. 연구용역을 맡은 항공대 김병종(교통학) 교수는 3일 김포공항에서 열리는 발전 토론회에서 이 같은 구상을 소개한다. 공항공사도 김포공항을 저비용항공사(LCC)의 기지로 육성해 인천공항과 역할 분담을 하자는 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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