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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점 전·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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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 전세제도 질서 있는 퇴장을 고민해야
전세제도 질서 있는 퇴장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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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월세는 넘치고 전세는 씨가 말랐다, 50주 연속 치솟는 ‘미친 전셋값’, 전세금을 못 돌려받은 수도권 깡통 아파트 6000가구…. 요즘 요란하게 쏟아지는 ‘전세대란’의 경보음이다. 전국 370만 전세 가구들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이대로 가면 강제로 반(半)전세나 월세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집 주인만 나무라기 어렵다. 이미 집값 하락으로 손해를 본 데다 앞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시중금리가 워낙 떨어져 집 주인 입장에선 전세금을 올리거나 은행 이자의 2배나 되는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놓은 전세대출 한도 확대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오히려 연 4%의 저리 대출로 전세금을 쉽게 올리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전세대출 급증으로 가계대출의 위험도 높아진다. 이미 5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0조원에 육박해 4년 전에 비해 10배나 늘었다. 물론 전세제도는 언젠가 퇴장해야 할 운명이다.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변곡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주택정책의 초점을 전세에 맞추고 질서 있는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전세대란의 근본적인 처방은 주택, 특히 임대주택 공급을 확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중장기 해법인 데다, 자칫 주택이 과잉 공급되면 집값 폭락을 불러 부동산 담보 대출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일부에서 단기처방으로 거론하는 전셋값 상한제도 부작용이 크다. 시장을 왜곡시켜 전세 물량이 사라지거나 월세 전환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단계적으로 늘리면서, 단기적으론 전세 수요를 어떻게 매매 수요로 분산시킬지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집을 살 수 있어도 전세를 고집해 전세대란을 부추기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매매 수요와 전·월세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고민해볼 때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편견도 깨야 한다. 이들이 주택을 매입해 임대물량을 적극 늘려야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한겨레, 전월세 상한제 도입 머뭇거릴 이유 없다

<2013년 8월 21일자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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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한여름 불쾌지수보다 높은 고통을 겪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로 전환하거나 도시 바깥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곧 다가올 가을 이사철에는 전세대란마저 우려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20일 긴급 당정회의에서 내놓은 전월세 대책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에 한참 뒤처진다. 당정은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거래 정상화에 비중을 두고 전월세 물량 공급 확대, 전월세에 대한 금융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해 28일 발표하겠다고 한다. 전월세난의 원인이 매매 시장의 침체에 있다고 보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으로 거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하면 매매 수요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 혜택은 집 없는 서민들보다 주택 공급업자와 다주택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발등의 불을 끄는 데는 전월세 상한제가 파급력이 큰 데도 도입하지 않았다.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기간 2년이 끝난 뒤 임차인이 원하면 1회에 한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하고, 계약 갱신 때는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하면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임대주택의 수익이 감소해 전월세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한다. 하지만 계약 갱신을 한 차례 보장하고 인상률을 제한하면 지금 같은 과도기 세입자 보호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월세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 세제지원은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월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월세는 물량이 있는 편이지만 세입자 부담이 크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전셋값 기준으로 적용하는 연간 이자율은 6~7%로 4%대의 장기 주택대출금리보다 높아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월세를 납부한 사람에 대해 400만원까지 해주고 있는 소득공제도 확대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단을 찾지 못한 이유는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쫓아가는 탓이다. 전세 대출을 확대해 서민들의 전셋값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대책은 되레 전셋값만 올리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전세가 매매 대신 월세로 이동하는 주택임대 시장의 구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주택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주거권 보장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크게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 시장의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해야 한다.

논리vs논리
시장원리에 맡기자는 중앙 … 국가개입 필요하다는 한겨레

집값이 오르면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집값, 전·월세가 크게 오르면 파업과 노동쟁의가 많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주거비용이 높아지면 임금인상 요구가 따르기 때문이다. 결국 집값이 뛰면 기업의 물건 만드는 비용이 높아지기에 물건 값이 비싸져서 소비자는 더 비싸게 사야 한다. 부동산 값이 오르면 사회구성원 전체에 영향이 미치는 셈이다.

 정부는 ‘전·월세난의 원인이 매매시장 침체’에 있다고 본다.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집 팔 때 내는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한다. 주택거래가 활발해지면 전셋집이 시장에 더 공급되리라 여긴다.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보는 시각 정반대

중앙일보는 이 부분에서 정부와 생각이 비슷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매매 수요와 전·월세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자고 한다. 임대사업자를 나쁘게 보지 말고 ‘이들이 주택을 매입해 임대물량을 적극 늘려야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세금을 줄여주는 것에 반대한다. 이 정책이 ‘집 없는 서민보다 주택 공급업자와 다주택자에게’ 혜택이 간다고 보는 것이다. 한겨레는 지금 전·월세난이 거래 부진에서 온다고 보지 않는다. 집 소유자가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걸 시대의 흐름으로 본다. 물론 중앙일보도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더 오르지 않기에 ‘전세제도는 언젠가 퇴장해야 할 운명’이라고 똑같은 상황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한겨레의 대책은 전·월세 상한제다. 현재 2년인 전·월세 계약기간을 세입자가 원하면 한 번 더 늘릴 수 있게 하고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전셋값 상한제에 반대한다. ‘시장을 왜곡시켜 전세 물량이 사라지거나 월세 전환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여기에 전셋값 상한제만이 아니라 월셋값 상한제를 같이하면 괜찮다고 한다. 법 시행 전에 집주인이 갑자기 전·월세를 크게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에 대해서는 ‘계약 갱신을 한 차례 보장하고 인상률을 제한’하면 문제가 예방된다고 본다.

“전세 대출 확대는 오히려 역효과” 공통된 의견

두 신문의 공통점은 정부의 전세 대출 확대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시각이다. 대출금이 늘어나면 ‘전세금을 쉽게 올리게 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중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셋돈을 되돌려주어야 하는데, 액수가 커진 전셋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중앙일보는 ‘전세대출 급증으로 가계대출 위험도 높아진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두 신문은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근본 대책이라고 보는 관점이 같다. 임대주택 비율은 영국이 20%, 스웨덴과 핀란드가 18%, 프랑스 17%, 덴마크 19%다. 한국은 고작 5%다. 유럽에서는 국가가 주택을 20% 정도 보유하면서 시장에 싸게 공급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킨다. 임대주택 확대는 한국에서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하겠다고 했지만 정권 후반기로 가면서 늘 흐지부지되곤 했다. 부동산에서 큰돈을 버는 세력들이 빌려 쓰는 집보다 사고파는 집을 더 공급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까닭이다.

 전·월세 문제에서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큰 차이점은 시장과 국가에 대한 관점이다. 중앙은 시장 원리가 작동하게 하자는 쪽이다. 이 관점에서는 국가 개입은 되도록 소극적이어야 한다. 주택거래를 활성화해서 전세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전셋값이 안정된다고 본다. 반면에 한겨레는 국가가 직접 개입해 가격을 제어하자는 쪽이다. 시장이 어지러워졌을 때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약자가 심하게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두 신문 모두 시장의 힘이 세다고 본다. 다만 중앙일보는 시장 힘이 세서 국가가 개입하면 일이 어그러지기 쉽기 때문에 약자를 도우려면 시장 흐름 안에서 시장을 활성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여긴다. 반면에 한겨레는 시장 논리에 따르면 자본이 많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세기에, 약자를 도우려면 시장 흐름에 맡기기만 하지 말고 강자를 통제하고 시장 규칙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여긴다.

 다른 나라 사례가 참고가 되겠다. 한국의 셋방 사는 가구 80%는 5년에 한 번씩 이사한다. 이 중 절반은 2년에 한 번씩 옮긴다. 독일은 셋방 사는 가구가 평균 13년을 같은 집에서 산다. 이 중 4분의 1은 20년 넘게 같은 집에서 산다. 또 집주인과 세입자와 공무원이 함께 자리해 사회적 합의로 집세를 정한다. 독일은 몇 년에 한 번씩 집세가 조정되는데 한 번에 20%가 상한선이다. 현재 한국은 제한이 없다.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교사

▶다음 주 논점 4대 강 녹조 현상 9월 10일자에는 4대 강 녹조 현상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의 비교 분석 글이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