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살아난다' 에 베팅 … 투자 상품 출시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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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유럽은 잊혀진 시장이었다. 2011년 남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와 3년 가까이 이어진 재정긴축으로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다. 유럽의 통화가치와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유로존이 긴축 모드에서 경기 부양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미국과 신흥국 증시가 동반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유럽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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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유럽펀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범유럽권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2개를 새로 팔기 시작했다. JP모간 유럽대표 펀드와 슈로더 유로증권펀드다. 직접 유로화나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화 자산에 투자하며 유럽 기업 주가 상승에다 유럽 통화 강세 시 환차익까지 노리는 구조다.

 해외펀드는 설정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구별된다. 보통의 해외펀드는 국내에서 펀드를 설정해 해외 유명 펀드에 가입하는 재간접형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해외자산운용사가 외국에서 인가를 받아 설정한 역외펀드도 있다.

 만일 유로화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세금 면에서는 역외펀드가 유리하다. 해외펀드는 펀드 내에서 환전 과정을 거쳐 원화로 입금되기 때문에 환차익이 소득으로 잡혀 과세가 된다. 반면 역외펀드는 외국 통화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환매 후 환전을 하는 과정에서 환차익이 발생해도 과세가 되지 않는다. 금융투자협회 김영진 세제지원팀 과장은 “환차익 부분은 역외펀드가 분명히 유리하다”면서도 “단, 매년 결산하는 해외펀드와는 달리 역외펀드는 결산할 때 한꺼번에 세금을 내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스톡스 50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 발행도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대세였던 2개 지수(코스피 200과 HSCEI) 활용 지수형 ELS에다 유로스톡스 50을 추가해 수익률을 높인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코스피200과 HSCEI(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의 변동성이 많이 떨어지면서 2개 지수 ELS의 수익률은 6% 남짓이지만 유로스톡스 50을 추가할 경우 10%까지 수익률이 올라간다. 대우증권 명진훈 파생상품영업부 팀장은 “S&P500은 너무 올라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에게 유럽지수를 넣어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유로스톡스50만을 기초자산으로 한 1년6개월 만기의 ELS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 국채도 증권사에 등장했다. 대신증권은 3일부터 유로화 표시 유럽국채 3종 중개서비스를 시작한다. 독일·네덜란드·스페인 국채가 대상이다. 스페인 국채 10년물의 경우 연 4.6%의 세전수익률이 기대된다. 윤원철 대신증권 리테일채권부 이사는 “독일·네덜란드 국채는 표면금리가 높지 않지만 유럽 경제회복으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최소 매수금액은 5000유로(약 700만원)로 언제든지 중도 환매가 가능하다.

 좀 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유럽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 현대증권 PB리서치팀은 유럽의 신용위험이 떨어지면서 금융주가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MSCI 유럽금융지수를 추종하는 ETF(티커명 EUFN)를 유망 투자수단으로 추천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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