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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4년 도전 끝에 벤츠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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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9년 6월 한국타이어 송영(55) 상무 앞으로 두툼한 서류뭉치가 전달됐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새로 개발 중인 대형세단 ‘뉴S클래스’에 들어갈 타이어 공급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송 상무는 ‘드디어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다’며 쾌재를 불렀지만, 이때부터 엄청난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벤츠 측에서 요구하는 기술이 ‘오르지 못할 장벽’ 같았던 것. 가령 시속 250㎞ 이상으로 코너를 도는 테스트에서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식이다. 대중적인 일반 차에서는 100~150㎞ 수준이면 충분하다.

 4년여의 도전 끝에 한국타이어는 올 6월부터 벤츠의 요구사항에 맞춘 초고성능 타이어 ‘벤투스 프라임’을 뉴S클래스용 타이어(OE)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기간은 해당 모델이 단종될 때까지며 공급량은 자동차 판매량에 따라 조정된다. 한국타이어의 마케팅과 경영운영본부를 맡고 있는 조현범(41·사진) 사장은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프레스데이 2013’ 행사에서 “독일의 3대 브랜드와 OE 계약을 맺은 것은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 5개국 업체뿐”이라며 “이번 성과는 품질에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아우디에 2006년부터 다른 모델의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으며, BMW에는 1·3시리즈(소형차)에 이어 5시리즈(중형차)까지 타이어 공급을 확대한다. 조 사장은 “도요타(코롤라)·혼다(시빅)·닛산(알티마) 등 일본의 3대 자동차 브랜드에도 OE 공급을 늘렸다”고 덧붙었다.

 글로벌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 등 3개 주를 후보지로 놓고 협상 중인 미국 공장 투자계획은 연말께 가시화된다. 기존 중국·헝가리·인도네시아 공장은 증설에 나섰다. 이를 통해 현재 9300만 개인 연간 생산량을 2015년까지 1억1000만 개로 늘릴 방침이다. 전 세계 4400여 개인 영업망은 2017년까지 7700개로 확대한다.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 격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조현식(42) 사장은 “타이어와 연관된 산업 위주로 인수합병(M&A)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서승화(65)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면서, 오너인 조양래(76) 회장의 아들인 조현식·현범 사장이 각각 지주회사와 마케팅을 맡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조291억원으로 업계 7위에 올라 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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