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앤더슨」씨의 미군감축순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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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잭·앤더슨」씨는 4일 「워상턴·포스트」지를 통해 미 국방성 고급장교들이 생활조건이 엄격하고 근무가 고된 한국으로부터 미군 2만명을 철수 하도록 「닉슨」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미군 3만 9천명이 그 가족 4만 1천 8백여명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미군 6만 2천명이 거느리고 있는 가족이 7천 9백여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일본경제는 경기가 상승하고 있으나 안간힘을 쓰고있는 한국경제는 주한 미군 감축으로 손실을 보게될 1억 6천만「달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방위해야 할 휴전선이 없는 일본으로부터 미군 2만명을 감축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유럽」에서의 미군 주둔은 터무니없는 시대착오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으니, 「유럽」주둔 미군 2만명을 감축해야 할 이유는 주일미군의 감축보다도 더욱 뚜렷하다』고 주장하고, 『미국의 금 보유고를 계속 축내어 미국지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국제수지 역조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유럽」주둔 군비』라고 까지 지적했다. 「앤더슨」씨의 이와 같은 주장은 미 국방성이 해외주둔군의 일반적인 감축계획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주한미군이 그 우선적인 대상으로 선정된 배경을 폭로한 동시에, 감군으로 말미암아 한국이 위험한 희생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지적한 점에 있어서 근청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점, 한국으로부터 무모한 감군을 일방적으로 서두르고있는 「닉슨」행정부에 대한 좋은 경고가 되리라 믿는다.
현유병력 3백 50만을 2백 50만선으로 줄이되, 감축의 대상을 주로 해외주둔군에다 두고있는 미국의 일반적인 감군 계획은 동서화해 「무드」의 조성, 국제 권력정치의 다원화 경향 등을 그 정세상 배경으로 하는 것이지만, 「닉슨」행정부가 병력의 일반적인 감축을 단행코자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해외주둔 군비를 줄여, 국제수지 역조를 바로잡고 불화가치의 안정을 확보함으로써 미군이 국제 경찰군으로서의 과중한 책임부담을 못마땅히 생각하는 미국 납세자의 불만을 해소코자 하는데 있다.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서 그 보유병력을 모두 1백만명이나 줄이고, 해외주둔 미군을 대폭 삭감하여 안전방위책임을 주로 현지국가로 돌리겠다는 정책이 과연 오늘의 세계정세에 비추어 타당한 조치인가에 관해서는 이론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 국가이익을 추구키 위해 스스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감군 계획을 택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제삼국이 왈가왈부할 바 아님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미국은 해외주둔군을 감축하는 구체적 행동을 취하는데 있어서 어느 지역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병력을 감축하는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만은 납득이 갈만한 순위이유 설정이 있어야할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공산주의 침략 위험이 가장 큰 지역에서 감군을 하고, 그러한 위험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감군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미국국민의 감군 여론을 적당히 무마하기 위해 미국의 맹방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미국자신의 안전 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소 평화공존 기운의 심화, 동. 서구의 화해로 동. 서독이 다시 대화를 갖게 됐고, 또 독소간 불가침조약 체결이 목전에 이르고 있는 「유럽」 정세는 누구의 눈에도 「상대적인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 분명하고, 소련이나 동구의 무력침공 위협이 현재하다 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 지정학적 위치로 보아 공산주의 침략의 직접적인 위험이 거의 존재치 않음은 물론 고도의 경제번영으로 사회가 안정되어 간접침략의 위험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지는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병력을 현 수준대로 유지할 필요가 절실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이처럼 정세가 안정되고 공산침략의 위험이 적은 「유럽」대륙이나 일본 등지로부터 주둔미군을 단 한사람도 감축치 아니하면서 공산침략의 절박한 위험으로 사태가 매우 긴장되어 있는 한국전선으로부터 2만 병력을 빼고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는 집단안보에 있어서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그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이유가 「앤더슨」씨가 비꼬아 말한 것처럼 , 『미군 고급장교들이 한국휴전선상의 엄격한 진지보다 백림의 「비어·홀」과 동경의 「게이샤· 하우스」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해외 미군을 감축하는데 있어서 상식을 떠난 순위설정에는 어딘가 크게 잘못된 점이 있다 생각하고, 이점 미 국방성의 재고를 거듭 요청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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