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붕 석유탐사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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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과연 우리나라 대륙붕에도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일까. 외국의 우수한 석유회사들이 수백만불씩을 들이는 탐사사업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을 보면 가능성이 꽤 큰 것이 아니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아직 석유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데 석유탐사 사업의 어려움이 있다. 과학기술처의 국립지질조사소에서 수년동안 몇 차례 탐사해본 바로는 석유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꽤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기에 외국의 석유회사들이 그 조사결과에 의거해서 군침을 흘리며 석유를 찾게까지 된 것이다. 그러나 구멍을 뚫어서 석유성분을 확인하기까지는 석유가 있다 없다를 판가름 못하는 것이 오늘날의 석유탐사기술의 수준.
지금 외국의 3개 석유회사가 서·남해의 석유 부존 가능지역 6개 구 (제7구는 일본과 말썽이 붙고 있음)를 각각 2개 구씩 맡아 경쟁적으로, 그러면서 「데이터」는 일체 비밀에 붙인 채 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즉 2구와 4구를 맡은 「걸프」사 에서는 이미 개사와 제1차 정사를 끝내고 제2차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고 1구와 5구를 맡은 「칼텍스」사 에서는 현재 개사 중이며 3구와 6구를 맡은 「셸」사에서도 현재 탐사중이다.
이들이 해양 탐사선을 종횡으로 몰면서 석유를 찾고 있는 지역은 이미 국립지질조사소가 서독과 미국의 기술진의 협력을 얻어 항공자력탐사와 탄성피 탐사를 해 본 곳이다. 지난 63년 처음으로 연평도 근해에 대해 석유 부존 가능성을 탐사해 본 이래 66년 9월 9일부터 45일간 포항지역 대륙붕에 대한 탄성피 탐사를 실시한 바 있고 68년 5월에는 서·남·동해에 대한 탄성피 탐사와 항공 자력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69년 2월에도 서·남·동해 대륙붕 약20만평방km에 대한 항공자력탐사를 실시했다.

<구멍뚫어야 확인>
이러한 일련의 탐사결과 서·남해 약 8만평방km 지역에 2천m 이상의 제3기층이 발달돼있음이 확인됐다. 세계에서 산출되는 석유의 90%이상이 제3기층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제3기층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석유의 매장량이 많다는 점에서 그 동안의 탐사결과가 외국석유회사의 주목을 끌었던 것이다.
해저석유를 찾을 때는 처음 항공자력탐사를 해서 퇴적층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내고 이어서 탄성피 탐사를 해서 그 퇴적층이 제3기층이냐 중세기층이냐 그리고 그 층의 두께는 어느 정도냐를 알아낸다. 그리고 나서 석유가 묻혀있을 것 같은 지역에 구멍을 뚫어보는 「보링」 탐사에 착수한다.
지난해 2윌 15일부터 1개월 동안에 미국해양연구소의 지원을 얻어 20만평방km에 대해 항공 자력탐사를 한 최종결과가 최근에야 나왔는데 그것도 서독 연방 지질조사소에 가서「컴퓨터」의 힘을 빌지 않으면 안됐다.
그 당시 미국 해양연구소의 힘을 빌어 9장의 항공 자력도를 그렸고 그 자력도를 비롯한「데이터」를 갖고 지난 1월 19일 서독으로 간 지질조사소 해양지질부의 구자학 해양탐사과장은 6개월 간 그곳 기술진의 협력을 얻어 최종 분석결과를 이끌어냈던 것이다.

<7천m 퇴적암도>
그 최종분석 결과에 의해 남해의 제주도 북부는 퇴적암의 두께가 2천m 미만이지만 제주도 남부는 퇴적암의 두께가 2천∼6천m이고 서해 동쪽 연안은 2천m 미만이지만 서쪽구역의 퇴적암은 3천∼7천m이며 특히 이제까지 확실치 않았던 동해 포항 남쪽 약7천평방km지역의 퇴적암이 3천∼6천m나 된다는 것이 밝혀져 나왔다한다.
이번에 최고 7천m나 되는 두꺼운 퇴적암이 확인된 약 5만평방km (남해 3만, 서해 1만 3천, 동해 7천) 에 대해 탄성파 탐사를 하여 그 퇴적암이 모두 제3기층임이 밝혀지면 그곳이 석유의 큰 매장지가 될 가능성이 더 한층 커지게 된다. 앞서 지질조사소는 18km 간격을 두고 두 줄로 배를 몰면서 탄성파탐사를 했는데 「걸프」사는 제1차 정사에서 8km 간격을 두고 했다. 이어서 2차 정사는 4km 간격을 두고 하고 마지막 3차에 가서는 2km 간격을 두고 한다. 그쯤 되면 수천m 퇴적층이 제3기층 몇m, 중세기층 몇m 등이 환히 밝혀지게 된다.

<내년 시추로 결말>
그러나 6천∼7천m나 되는 퇴적층이 모두 제3기층이라 해도 구조적으로 그곳이 석유가 괴기 쉬운 배사면이라든지 단층이 화성암으로 면이 막혀 석유가 달아날 수 없는 구조로 돼야 석유를 기대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조건이 갖춰져도 구멍을 뚫어봐야 한다. 이상적인 조건인데도 구멍을 뚫어보면 대략 30% 정도만 석유가 매장되어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석유탐사가 얼마나 투기사업인가를 여기서 알 수 있다. 결국 외국의 3개 석유회사에서는 총 8백 50만불을 우리나라 대륙붕에 걸고 한판 도박을 벌이는 셈이다.
아무튼 내년 초에 구멍을 판다는 이야기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과연 석유가 나는 나라냐 아니냐가 결정될 날도 그리 멀지는 않다.
한편 국립지질조사소는 전기와 같은 기초 「데이터」를 만들어 주고 나서 석유탐사사업에서는 손을 뗐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석유탐사와 관계가 있는 사광 탐사사업이라든지 해저 지질도 작성사업은 본격적인 예산을 짜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김종수 해양지질부장은 밝히고 있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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