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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급계획의 수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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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공부는 3일 장기 전원개발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상공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 동안의 전력 수급계획이 수요증대를 과다책정하고 있어 이를 축소 조정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7백 76만 5천kw로 잡았던 76년도의 전력 최대수요를 38.5%나 축소시켜 4백 78만 5천kw로 다시 책정하고, 그에 따라서 연차적인 공사 이월 내지 연기계획을 짰다는 것이다.
상공부가 전력수급계획을 전면적으로 조정하는 이유는 전력의 과잉공급에 따른 자원의 낭비를 막자는 데 있는 것이므로 만일 이번에 이 상공이 새로 제시한 수요예측이 정확하고 타당성을 가진 것이라면 그것은 나무랄 것이 못된다 할 것이다.
막대한 외자로 건설되는 발전시설이 수요부족으로 운휴되거나, 정상 가동되지 못한다면, 부족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도 여전히 자원이 부족한 우리의 실정으로서는 당연히 발전시설의 건설을 늦추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으로서는 장기계획을 성급하게 수정하기 전에 다시 한번 전력수급 전망에 대해서 신중한 검토를 가해 볼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우리는 보고 있다.
우선 전력 수급 추계에 있어 지난날과 같은 오산을 되풀이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장기 전원개발계획이 그때 그때의 단기적인 정세변화에 따라서 자주 변경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할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전원 개발계획의 원칙 없는 수정으로 그 동안 여러 차례의 제한송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쓰라린 경험을 다시 반복해서는 아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의 전력 수급계획은 이미 68년 4월과 69년 11월 양 차에 걸쳐서 수정이 가해짐으로써 확정된 것인데 다시 1년도 못되어 이를 근본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은 좀체로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장기 계획이 이처럼 자주 바뀐다는 것은 결국 장기계획 수립자체가 과학성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계획을 이제 또다시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면 그것은 단기적인 안목에서의 수정을 가할 것이 아니라, 전문적이고도 과학적인 검토를 거쳐 보다 정확한 계획을 마련한다는 입장에서 시간을 두고 수정 작업을 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전력의 수요예측에서 우리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농어촌 전화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제3차 5개년 계획의 핵심이라 할 사업 제철, 중기계, 조선, 중화학공업 등 대단위 전력수요 공장을 충분히 감안해야한다는 것이다. 농어촌 전화율이 겨우 21·15%인 오늘의 상황에서 전력수요의 자연증가율만에 의존해서 수요 예측을 하는 것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전력 수요의 85%가 동력수요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산업건설의 진전에 따라서 전력수요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에는 비교적 공장규모가 적고 전력 수요도가 낮은 성격의 산업건설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전력수요 증가율은 28%선에 이르렀던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단위 공장이나 중공업·화학공업건설이 활발해 진다면, 그 연관 공장까지 고려해서 전력수요는 예상 밖으로 빨리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더욱이 제3차 5개년 계획 완성이후의 세부 사업계획이 구체화되지도 않은 지금, 전원계획만을 앞질러 수정한다는 것은 계획론적인 측면에서도 조화를 잃고 있다는 비평을 면치 못할 것이다.
끝으로 전력공급이 남아돌아 간다면 한전당국은 양질의 전력공급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요를 개발한다는 상업적 「센스」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송·배전 시설의 불비로 전압이 고르지 못하여 전기용품 사용자에게 각종의 불편과 손실을 끼치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규수용자가 있어도 가외의 돈을 바쳐야 비로소 전등을 가설해 주는 따위의 독점적·관료 상술적 기질을 한전당국은 시급히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이 상업차관과 융자에 의존해서 건설해 놓은 발전시설을 「서비스」정신 결핍으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여 「코스트」고와 자금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국민 경제적인 입장에서 깊이 반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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