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제품의 수출 부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상공부는 28일 내국인 업체의 전자 제품 수출 부진에 대해 강경한 제재 조치를 강구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상공부는 전자 제품의 상반기 수출 실적이 저조하여 연간 수출 계획을 2천만 달러나 축소시켜 7천2백만 달러로 잡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공부의 분석에 따르면, 전자 제품의 수출 부진은 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즉 그 하나는 수출 전문 업체라 할 외국인 투자 업체의 수출이 미국의 우주 개발 계획 전환에 따른 모회사의 생산 축소 지시 때문에 그 실적이 줄어든 탓이라 하며, 다른 하나는 35개의 내국인 업체가 국내 시판에만 재미를 붙여 수출 증대에 열의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국인 업체는 TV에 있어서만도 5월말 현재 4만2천대의 국내 판매 실적 (수출은 시무)을 올린 반면, 그들의 상반기 수출 실적 (전 품목) 은 연간 계획 3천2백만 달러의 17%에 불과한 5백39만 달러에 머무르는 심한 저조를 실현했고, 도리어 외국 투자 업체의 수출 실적은 미국 시장 조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연간 계획의 40%를 달성한 1천6백80만 달러를 수출했다는 계수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본다면 전자 제품 수출이 매우 부진한 이유의 대부분은 내국인 업체에 있는 것이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어떤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사정을 짐작 할 만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전자 제품 수출이 저조한 근본 원인이 내국인 업체의 시판에 주력한 데 있는 것이라면 결국 애당초부터 그 책임의 일단은 당국에도 있었음을 부인할 길이 없다.
우선 내국인 업체가 시판하는 제품의 주요 부품은 수입된 전자 부품인 것이다. 그러므로 상공부 당국으로서는 이 부분 수입을 대폭 국산으로 대체 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추진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내국인 업체가 국내 시판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과다한 이득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며, 그것은 과거에 행정 당국이 지나치게 이들을 보호했기 때문에 생겼던 부작용이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내국인 업체 전자 제품의 과다 이득 허용은 주로 다음 세 가지 모순 위에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①외국인 투자 업체 제품의 전량 수출이라는 인위적 장벽을 통한 특정 업자의 과잉 이득 허용, ②국내에서 생산된 중요 부품의 국내 사용까지를 금지함으로써 다량의 외국산 부품을 도입케 한 묘미, 그리고 ③이상 열거한 모순에 겹쳐 국제 시장 가격의 수배나 되는 터무니없는 국내 판매 가격을 형성케 하도록 유도한 모순 등이 곧 그것이다. 따라서 상공 당국은 내국인 업체를 지나치게 우대함으로써 오히려 수출을 부진하게 만든 비리를 이제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국내 시판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수출을 통해서 얻는 그것보다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되도록 하여야만 업자들이 수출에 열의를 쏟으리라는 것은 수출 정책의 정석일 것이다. 때문에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원천적으로 제품의 국내 시판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거나 국내적으로 긴축 정책을 강력히 집행하는 양자 택일을 취하는 것이 경제 정책의 대 원칙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원칙에 반해서, 국내 시판을 통해 지나친 재미를 볼 수 있도록 내국인 체재에만 직·간접의 지원을 다한 과거의 정책들은 이제 근본적인 반성을 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 시장을 과잉 보호해서, 결과적으로 수출을 부진케 만드는 모순을 제거하려 한다면 이제 전자 제품의 국내 시장 가격을 대폭적으로 떨어트릴 수 있는 포용 정책의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임을 우리는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쟁을 조장시킴으로써 생산성 높이고. 원가를 절감케 함으로써 국내 판매의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져야 하는 것이며, 그렇게 해야만 수출이 시판보다 부진하지 않다는 여건이 형성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수출 유망 품목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자 제품 수출이 독점적인 일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계속 저조할 수는 없다는 것이며, 때문에 당국의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아쉽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