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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의 국회·언론·검찰 상시출입 금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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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여권이 구상해 온 국가정보원 개혁안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새누리당 윤상현(50·재선·사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 직원들의 국회와 언론사·검찰 상시 출입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사이버·경제·대북 정보 활동을 강화하는 골자의 개혁안이 이르면 이달 초 나올 것”이라고 지난달 29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윤 부대표에 따르면 개혁안은 ▶국회·언론사·검찰 등에 대한 국정원 요원의 상시 출입을 폐지하고 ▶ ‘댓글 활동’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과학차장보를 신설해 사이버 안보 등을 맡은 3차장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윤 부대표는 “법 개정 대신 운영의 개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야당과 우리의 차이”라며 “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하면 처벌한도를 현행 징역·자격정지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의견에는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주장해 온 국정원 국내정보 파트 폐지와 대공 수사권 폐지, 예비비 폐지 등은 반영하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윤 부대표는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 특위를 신설하면 또 하나의 정쟁(政爭)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보위에서 개혁안 관련 소위를 만들어 비공개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은 ‘국정원이 이달 중 국회에 자체 개혁안 제출’→ ‘국회 정보위원회 논의’→ ‘국정원법 개정안 발의 및 통과’→ ‘연말 전격 시행’의 로드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윤 부대표가 밝힌 개혁안 골자.

●국내 정치 파트 축소
개혁의 첫 화두는 국회와 언론사, 검찰 등에 상시 출입하면서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국정원 직원의 존재를 없애는 것이다. 윤 부대표는 “정치와 관련된 기관들에 국정원 직원의 출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도록 강력하게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민주당도 의견이 일치해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전망이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정원 개혁 패키지 4법’을 발의하면서 ‘기관·언론사에 직원 상주 또는 상시출입 금지’와 관련한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

●유휴 인력, 사이버?경제 안보 투입
윤 부대표는 “사이버 안보와 산업스파이 감시를 전담하는 팀 신설을 구상 중”이라며 “국내정보 파트가 축소되면서 발생할 유휴인력을 여기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이 ①통일기반 조성 전략 ②경제안보 ③북한의 사이버테러 방지 등 3개 분야로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정원 소식통은 “통일 기반 조성 전략 부서는 과거에도 ‘대북 전략실’이란 이름으로 3차장 휘하에 존재했으나 원세훈 전 원장 시절 폐지됐다. 그러다 박근혜정부의 4대 국정과제로 통일기반 조성이 꼽히면서 1차장 휘하에서 ‘북한 해외 차장보’로 부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보가 부족한 통일부만으로는 심도 있는 대북 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통일부 업무와 겹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지난 4월 1·2·3 차장 지휘 구조를 ▶공작 중심의 적극적인 정보 활동을 하는 1차장 ▶방첩과 보안 중심의 소극적인 정보 활동을 하는 2차장 ▶정보와 관련된 과학기술을 맡은 3차장 구조로 개편하고 각 차장 밑에 차장보를 2명씩 모두 6명을 두도록 했다. 3차장이 맡았던 대북 정보 활동은 해외정보를 담당해 온 1차장이 겸임하도록 했다. 1·2 차장은 인적 정보인 ‘휴민트’, 3차장은 기술 정보인 ‘테킨트’를 다룬다. 북한 등의 사이버 테러 위협이 커지면서 테킨트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정치만 다뤄온 요원들이 언제 첨단산업 기술과 외국어를 배워 경제나 사이버테러 방지 활동에 투입될 수 있겠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국정원 소식통은 “국정원 업무 성격상 국내 정치 요원들이 없어져도 1~2년 안에 부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공 수사권 유지
윤 수석부대표는 “국내정보 파트를 아예 없애라는 야당 주장엔 전혀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수사를 거론하면서 “국내에 엄연히 종북 세력이 있는데 국내정보 파트를 없애라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공 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간첩의 90% 이상을 국정원이 검거하고 있다. 간첩은 북한에서 장기간 특수훈련을 받고 신분을 세탁해 들어오는 경우와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케이스들은 검찰이 수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을 트집잡아 대공수사권까지 폐지하자는 건 과도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아온 4000억원 규모의 국정원 예비비도 유지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의 시발점인 댓글 활동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의 댓글 활동은 기본적으로 대북 심리전이지만 일을 하다 보면 국내정치 관여 의혹을 살 만한 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매모호한 경계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개혁안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 강화
윤 부대표는 “국정원법에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금지가 이미 명시된 만큼 야당이 주장하는 법 개정 대신 기존의 법 적용을 강화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장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물로 해야 한다. 정보기관에 오래 종사하고 전문성이 갖춰진 인사를 원장으로 선임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에 대해서는 “남 원장은 원칙주의자라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분”이라며 일축했다.

여권의 개혁안에 대해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정보위가 여야 동수(각 6명)로 구성된 만큼 강력하게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수사권 폐지 ▶국내정보 수집 기능 폐지 ▶기획·조정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관 ▶국회 통제권 강화 ▶국정원 수사 특례 폐지의 5대 개혁방안을 공개했다. 불법 정치행위에 대한 국정원 직원의 공익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정치관여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키로 했다.

여권의 국정원 개편안에 대해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국회와 언론사 외에 노동·종교·경제기관 등도 방첩활동과는 관계가 없다. 이 부분까지 포함한 국내정보 파트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선거법을 위반한 사람에게 선거법 개정을 맡길 수 없듯 헌정을 문란하게 한 국정원에 국정원법 개혁안을 맡길 수 없다. 국회가 주도해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중앙선데이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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