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독자 공습 임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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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화학무기 현장조사를 실시해 온 유엔 조사단이 31일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철수해 인근 레바논 베이루트의 한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미국이 ‘화학무기 공격 주체가 시리아 정부’라고 결론을 내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시리아 공습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베이루트 AP=뉴시스]

미국이 국내외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제한적 범위 내에서의 독자적인 시리아 공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엄청난 규모의 여자와 아이들, 그리고 무고한 양민들이 가스에 중독되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며 “이를 묵과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위배된다”고 무력 사용 방침을 시사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알아사드 같은 살인자가 자기 국민을 수천 명 질식시키고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는다면 이란·헤즈볼라·북한 등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제한적이고 좁은 범위의 군사적 대응이 될 것이며 지상군 투입이나 무제한적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런 발언으로 미뤄 시리아 공격은 함상에서 발사되는 크루즈미사일이 특정 목표를 타격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격 목표는 가스생산시설이 아닌 시리아군 사령부가 될 공산이 크다. 현재 시리아 인근 지중해에는 미 해군 함정들이 포진해 있다.

공격 시기는 시리아에 파견된 유엔 진상조사단이 철수한 뒤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조사단은 30일 시리아 국경을 넘어 레바논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미군의 공격은 조만간 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이날 귀국해 시리아 공습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강경 입장과는 달리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군사적 개입에 소극적이다. 이라크전 당시 미국과 함께 지상군을 파견했던 영국에서는 지난달 29일 의회 투표에서 군사적 개입안이 부결됐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도 30일 “독일 정부가 시리아 군사행동 참가를 요청받거나 고려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만이 시리아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군사 개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지가 미진함에도 공습을 감행할 것으로 보여 이번 공격은 미국 단독 행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케리 장관은 30일 시리아 가스 공격이 아사드 정권의 소행이 확실하다는 비밀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 정보기관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여러 단체 및 현지 병원 조사 등을 종합할 때 1400여 명이 가스에 중독돼 숨졌으며 이 중 400여 명이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또 알아사드 정권의 공격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여럿 제시됐다. 우선 주민들의 중독 현상이 보고되기 1시간30분 전쯤 정부군 통제 지역에서 로켓 발사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또 시리아 정부군 장교가 “유엔 조사단이 화학무기 사용을 확인하는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통신 내용이 감청됐다고 한다. 미국은 시리아 반군 측이 이번 공격에 사용된 가스를 제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밖에 반군을 지지하는 지역만이 공격당했다는 점도 아사드 정권의 소행임을 확인시키는 증거라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온라인 중앙일보·중앙선데이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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