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혼선… 부작용에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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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장티푸스 예방약 집단 부작용 등 각종 전염병 예방약 부작용이 속출, 요즘은 예방주사를 맞지 않으려는 기피현상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일 경남진주시 장재국민교생의 장티푸스 예방약 집단 부작용 사건을 비롯, 전남 여천군의 BCG접종부작용, 강원도 고성군 거진여중 콜레라 예방약 부작용 등이 장마와 더불어 잇따라 방역당국의 여름철 방역체제에 혼선을 빚고 있다.
보사부는 장마가 일단 끝난 데다가 많은 사람들이 예방주사를 기피, 전염병의 급속한 증가를 예상하고 지난 22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김태동 보사부장관 주재로 열린 이 회의는 전국보건소의 예방접종요원, 접종기구, 예방약의 보관시설에 대한 일제검사를 실시하고 예방약의 수송, 보관 등의 안전관리를 위해 보건소마다 냉장시설을 곧 갖추도록 했다.
또 장티푸스 예방약을 주사하면 체내의 면역을 기르는 동안인 48시간동안 부작용이 항상 뒤따른다는 등의 일반에 대한 계통을 하고 각 보건소는 적극적인 예방접종을 실시토록 대책을 세웠다. 보사부는 7월부터 생긴 경남진주의 부작용 등 여러곳의 부작용이 거의 모두가 접종후의 발진이 오래 간 것이거나 치유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사부의 주장과는 달리 진주의 장티푸스 예방약 부작용은 이미 예방약 관리 소홀과 접종상의 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밝혀진 것. 국립보건연구원은 진주에 조사반을 보내 조사한 결과 ①진주 보건소에 냉장시설이 없어 섭씨 2∼5도에 보관해야할 예방약을 민간 얼음 창고에 보관, 예방약이 얼어버린 것을 노경 주사했으며 ②접종한 간호원 2명중 1명이 무자격자였을 뿐만 아니라 ③5㏄의 굵은 주사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0.2∼0.3㏄의 적당한 양을 주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접종상의 미스가 드러나자 보사부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피하 주사보다 피내 주사를 하도록 주사방법을 바꾸고 예방약도 액체가 아닌 가루약을 내년부터 생산하도록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보사부는 장티푸스의 경우 7백만㏄(1천2백만명분)를 지난 6월12일에 이미 배정을 끝내고 7월말까지 접종도 끝낼 예정이었으나 24일 현재 겨우60%선인 7백만명선에 머무르고 있다.
콜레라도 1천7백만명분인 8백71만6천㏄를 모두 각시·도에 보냈으나 현재 50%인 8백50만여명,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는 60만㏄를 배정, 현재46만㏄가 접종이 완료된 실정. 집중호우가 전국 곳곳을 할퀴고 난 후 병마가 덮칠 걱정 속에 이처럼 예방접종이 잘 안되는 이유는 일반의 주사기피뿐만 아니라 간호원들의 접종기피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염병 예방법엔 전염병의 긴급성에 비추어 의사 처방없이 간호보조원들에게도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 1백92개보건소엔 소장조차 임명되지 않고 있는 곳이 44개소나 되며 간호원도 정원에서 83명이 부족한 4백43명밖에 없다.
그나마 이 부족한 간호원들로 가족계획사업·결핵예방사업 등을 해나가고 있는 실정. 간호원 부족을 메우기 위해 무자격자와 다름없는 임시 고용 간호직 3천여명으로 해마다 예방접종사업을 벌여 진주의 경우만도 부작용이 나자 우선 간호원이 1차로 형사책임을진 사태가 벌어졌다. 대한간호협회가 전문의와 유자격 간호원으로 구성된 예방 접종팀을 만들어 접종사업을 전담시키자고 제의한 이면엔 부작용의 책임을 간호원만이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가 있었던 것.
한편 접종후 당연히 생기는 상황에 놀라 소동을 벌인 예도 없지 않았다. 보사부는 장티푸스의 경우 면역이 생기려면 48시간동안 앓게되는 것이 상례라고 밝히고 안정해주기를 요망했다. 경남 창령군 남지읍의 부작용은 이런 예라고 보사부가 지적했다.
또 지난 16일엔 전남 여천군 화치국민교 6년생 62명이 결핵예방약(BCG) 부작용이 났다해서 말썽을 빚었다. 접종후 어린이들이 주사 맞은 곳이 자꾸만 부어오르고 심지어 어떤 어린이는 고름까지 나와 집단 결석을 했다는 것. 보사부 결핵관리 당국은 BCG는 우형결핵군을 멸독 생산한 것으로 접종후 l개월이 되면 부어오르고 곪아터지는 애가 많고 이것이 완치되기까지는 2개월이 걸리며 이처럼 상처가 생겨야만 면역이 된다고 해명하고 전혀 부작용이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 지난22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여중의 콜레라 예방약 부작용도 비슷한 예. 예방주사를 맞은 1백80명의 여학생중 4시간 후에 30명이나 졸도, 관동명원에 입원했으며 이중 4명이 24일에도 앓아 누워 결석했다는 것. 보사부는 진상을 조사한 결과 예방주사후 학교당국이 이번 장마로 무너진 운동장의 보수공사에 동원, 따가운 햇볕 속에서 일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보사부는 접종후 그렇지 않아도 면역 때문에 앓게되는 여학생들을 작업에 동원했으니 졸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 지적하고 예방 접종후엔 안전 가료가 절대 필요한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본격적인 전염병의 계절에 접어들었다. 위생시설을 거치지 않는 폐수가 강에 흘러들고 많은 사람들이 강물이나 우물물을 식수를 의존하고 있으며 파리나 모기등 각종전염병의 매개체가 득실거리는 우리의 환경이다.
아직까지 선진국을 비롯 세계적으로 알려진 전염병 예방의 최선책은 예방접종 뿐. 『이 사실을 감안, 우리 현실에선 모든 국민들이 예방접종을 하는 것만이 전염병의 병마를 이겨내는 지름길』이라고 보사부 방역 당국자는 강조했다.<주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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