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수십발 폭발 위력, 해저지각 타고 한반도 '상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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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에서 일어난 지진이 한국에 영향을 미친 것은 지진이 대형인데다 우리나라와 가깝기 때문이다. 후쿠오카와 부산까지는 173㎞, 서울까지는 약 600㎞ 떨어져 있다. 리히터 규모 7.0인 후쿠오카 지진의 폭발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수십 발이 한꺼번에 터진 것과 맞먹는다.

후쿠오카에서 이렇게 큰 지진이 난 것은 1898년 6.0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100여년 만에 처음이다. 그런 강력한 폭탄이 터질 때 발생하는 것과 같은 진동과 에너지가 해저 지각을 통해 한반도에 전달된 것이다. 아파트 한 층에서 공사를 하면 멀리 떨어진 같은 층 집에서도 공사로 인한 진동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이치로 한반도 전역에서 건물이 흔들리고 주민이 대피할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러나 공사 현장과 멀리 떨어질수록 그 진동이 줄어들 듯이 후쿠오카 진앙지보다 한국에서 느끼는 지진은 대단히 약했다. 부산에서는 건물이 흔들리는 정도인 리히터 규모 4.0의 지진이 관측됐으나 서울은 2.0으로 줄었다. 리히터규모 7.0과 2.0의 폭발력 차이는 무려 약 2430만 배, 리히터규모 7.0과 4.0은 2만7000배나 차이가 난다. 서울에 도달한 지진의 폭발력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대형 지진이 일본 육지에서 발생하면 우리나라에는 피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약한 지진이 발생한다. 그러나 일본 서해안에서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이 발생하면 사정이 다르다. 곧바로 우리나라 동해안이나 남해안이 그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후쿠오카 지진이 대형 쓰나미를 동반했다면 우리나라 남해안에는 30~40분 만에, 일본 홋카이도에서 발생했다면 1시간30분 만에 우리나라 동해안에 쓰나미가 밀어닥쳤을 것이다.

1983년과 93년 일본 서해안에서 발생한 해저 지진이 쓰나미를 동반했을 때는 우리나라 해안이 침수되고 수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었다. 83년에는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후쿠오카 해저 지진은 지진이 잘 일어나는 지각판 경계 부위가 아닌 그 안쪽에서 일어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강익범 박사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곳은 12개로 나눠진 지각판 경계 부위"라며 "그러나 지각판 안쪽에 있다고 해서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후쿠오카 지진은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라시아 지각판 안쪽에 있는 중국의 경우 76년 탕산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해 20여만 명이 사망했다.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유라시아 지각판 안쪽에 있으나 아직 대형 지진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78년 이후 지금까지 3.0~5.0 지진이 약 650회 일어났다. 이런 지진이 언제 큰 지진을 몰고 올지 모르는 것이다.

◆지각판이란=지구의 껍데기에 해당하는 지각은 지하 10~60㎞ 정도 두께를 가진 표면층을 말한다. 이 지각과 그 아랫부분에 있는 맨틀 일부를 포함한 100~200km 두께가 12개의 판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판끼리 맞닿은 경계 부분에서 지진과 화산 폭발 등이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서쪽.중국.러시아 등은 유라시아판에 있다. 일본은 남쪽의 경우 필리핀판의 경계에, 동부는 태평양판 등 4개 판의 경계에 인접해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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