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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과제…고전 국역|민족 문화 추진회서 연구원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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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양학 특히 국학 관계의 고전물을 많은 현대의 젊은이에게 읽혀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서구 지식을 흡수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 고전들이 대부분 어려운 한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현대의 학교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이를 해석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여기에 고전 국역의 필요성이 있으며 유능한 국역자의 존재가 요구되는 것이다. 「민족 문화 추진회」는 이 국역자 양성의 필요를 인식하고 오는 8월1일 「국역 연구원」을 발족시킨다.
고전을 국역하는데는 여러 가지 기본적인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유능한 국역자를 근간으로 한 인적 자원은 물론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국역자의 문제에 있어서는 현재 비교적 완전한 국역을 할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인데 이들의 대부분이 60∼70대의 고령으로 멀지않아 이 작업에서 손을 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에 놓여있다.
이들의 후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따라서 시급한 문제이며 국가적인 견지에서도 한문의 국역진을 충실히 확보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유능한 국역자는 일반적으로 「한문에 밝고 현대문 표현에 능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데 몇 사람을 제외하면 한문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현대문에 미숙하고 또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어려운 고사가 숱하게 나오는 고전들을 국역하는데는 60∼70대의 한 학자들의 지도가 필요한 것이다.
비록 한문학이나 동양 철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서당식의 암기 실력』을 갖추어야 비로소 무리 없이 한문을 해독하고 교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동양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춰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체계적인 고사·고증의 연구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국역 관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역 연구원」은 이러한 이유로 대학 강사 또는 석사 학위 보유 이상의 학력을 가진 20명 가량의 수강자를 전형을 통해 선발, 2∼3년간 훈련할 계획이다.
이병도 성낙훈 신호열 조규철 임창순 하성재씨 등이 강사가 되고 매일 하오 7시부터 2시간 정도로 연내에 60분 수업을 1백80회 실시할 계획이다.
30대의 소장 학자인 이동환씨 (우석대 강사)는 국역 인재 양성은 그 사업의 중대성에 비추어 한문·국학·동양학에 종사하는 대졸 또는 석사 이상자 가운데서 엄격한 전형을 거쳐 유능한 인재를 정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역자로 양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문 고전의 국역을 의해 여러 국역 단체를 통합, 민족 문화 추진회로 단일화한 것이 정부 시책의 반영이었던만큼 국역사를 양성하는데 있어서도 그 계획은 국가적인 테두리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가령 동방 고전 연구원 등이 민간 단체로서 한문의 교육·연구·국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민간 단체를 위해서도 장기적인 역자 양성책의 강구가 요청된다.
거기에 국역의 대상으로 선정하는 문제가 있으며 일부 선정자들의 기호나 지방색으로서 어느 한 부분에만 선정이 집중되는 폐해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도 이들의 의견이다. 자연 과학 분야, 사회 과학 분야, 법사 등의 여러 분야의 고전들은 여태까지 국역 선정에서 제외되고 있었음은 주목되는 일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한글전용」시책에 대응해서 대학 과정에서 한문 전공이 제도적인 면에서 신중히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고전 국역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과 능력 있는 국역사의 양성은 민족 고유 문화의 올바른 전승과 옛 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를 대중에게 심는 첩경이기 때문에 먼 앞날을 두고 계량해야할 중요성을 갖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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