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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약하는 지역 사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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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부 고속도로는 그 건설 효과가 단순히 서울과 부산을 1일 생활권으로 연결하는데 그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연변 도시의 확산적 개발을 통해 1일 생활권의 범위를 최대한 광역화하는데 보다 역점이 두어져야 한다. 연변 도시와 농촌의 도로망을 개발 혹은 정비함으로써 인터체인지를 거쳐 수도권과의 거리가 좁혀져야 하며 공업과 인구의 지방 분산을 통해 지역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부 고속도로 연변·지방 도시들의 지역 사회 개발 계획은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요약되고 있다. 하나는 공업 단지를 조성, 공장을 유치하려는 계획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관광 수입 증대를 위해 전원 도시 건설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전원 도시는 생산물의 내용에 따라 원예 단지·낙농 단지·잠업 단지 등을 주축으로 자태를 굳히고 있다.
간혹 전원 도시화하나만을 계획하고 있는 지역도 있지만, 대부분이 공업화와 동시에 전원도시화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
지역별 동향을 보면 관광 경기처럼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서울에서 대전에 이르는 지역이고 그 다음이 대구∼부산이다. 서울∼대전 지역에서는 수원·오산·안성·천안·청주 등 통과 지역 도시들이 모두 활발한데 반해 대구∼부산 구간에서 중간 도시들은 대구와 부산의 활기와는 대조적으로 퍽 조용한 편이며 대전∼대구간은 대규모 공업 단지가 있는 구미를 빼면 3구간 중 가장 조용하다.
서울과 부산이 1일 생활권으로 연결됐다지만, 연변 도시들은 저마다 서울과 부산 중 어느 하나의 경제권 속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즉 대전까지는 서울 경제권, 대전 이남 부산에 이르는 지역은 궁극적으로 서울 경제권과 연결돼있긴 하지만, 부산 경제권 혹은 대구 경제권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대전·대구·부산 등 지방 대도시의 개발이 특히 활기를 띠게됨에 따라 이들을 중심으로 타지방 경제권은 더욱 확대 강화돼 가는 느낌이다.
따라서 서울과 가까운 대전에 이르는 각 지방은 낙농·원예·관광·공업화 등 거의 모든 개발 사업을 총망라하고 있다.
인구 2만명이 조금 넘는 오산읍은 지난 6월 수원에 있던 화성 군청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만으로 벌써 고속도로 덕을 톡톡히 본 고장이다. 발안과 치열한 경쟁 끝에 고속도로 통과지역이라는 잇점 때문에 군청 소재지가 것이다. 하루 l백대 이상 머무르던 서울행 화물 자동차수가 20∼30대로 줄어 역 부근 접객업소 경기가 서리를 맞긴 했지만, 군청이 들어오면서부터 공무원 아파트가 착공되고 오래 전에 문을 닫았던 시내 유일의 관광 호텔 「유림각」이 단층을 3층 건물로 증축, 신장 개업되는 등 지역 사회 개발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데다가, 특히 수질이 좋아 대성모방·계성제지, 삼화제지·부국제지·무궁화화장지·쌍학표 「와이샤쓰」등 많은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군청 당국은 더 많은 공장을 유치하는 방안을 짜고 있다.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안성을 향하다보면 『낙농과 포도와 낚시의 고장』이라고 쓴 안내판이 보인다. 낚시터가 70여 군데. 주말이면「고삼」저수지 등에 몰리는 낚시꾼을 태운 관광 버스만 20대가 넘는다.
한편 안성은 평택과 함께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낙농 단지다. 평택 쪽을 향하는 인터체인지 길목에 서독 낙농 지도소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안성에 25개, 평택에 22개의 젖소 목장이 있다.
5백30마리의 젖소가 자라고 있는 안성에서는 하루 3천5백kg의 신선한 우유가 서울로 반입되고 있는데 서울 우유 협동 조합은 약 1천만원을 들여 냉동 저장 시설을 완공 단계에 있고 멀지않아 공도동에는 가공 처리 공장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밖에 안성은 인터체인지 주변 5백여만 평에 새로운 전원 도시를 개발, 포도와 딸기 등 관광 과수원을 조성할 계획인데 지금은 13km나되는 진입도로 포장 공사가 한창.
천안의 개발 계획은 안성과 흡사하다. 낙농은 잘 안되지만, 인터체인지 일대에 신 천안 삼거리를 건설, 시가지와 거리를 좁히고 이를 계기로 주변에 관광 딸기 단지와 고등소채 등 서울을 상대로 하는 근교 농업을 일으킬 계획이다. 송우빈 천안 시장은 『내륙 지방과 연결되는 서부 도로를 건설, 고속도로 건설 효과를 인근 농촌 지역으로 확대하고 서부 도로와 시 사이를 공업 단지로 조성해서 농기구 공장을 비롯한 각종 중소기업을 유치하는데 특히 힘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지금 서부 공업 단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단지 안에 있진 않지만, 태평방직 (박룡학) 이 짓고 있는 대단위 방직 공장에 대단한 기대를 걸고 있다. 전국에서 물건값이 제일 비싸기로 이름난 청주시는 고속도로 개통 후 시민들이 1만원 어치 정도만 구입할 일이 생기면 대전이나 서울시장을 이용하는 바람에 상가가 울상이 돼 있으나 한편 과거 경부선 여객들의 충북 관문이던 조치원 대신 청주가 교통의 요지가 되어 속리산·약수터 등의 관광객과 함께 접객업은 오히려 경기가 좋아졌다.
대전과 대구, 그리고 부산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관광 사업을 비롯해서 공업 단지 개발 계획, 도로망의 정비, 주거 단지와 상가 조성 계획 등 새로운 도시 건설 계획은 자못 광범하고 화려하다. 다만 각 도시별로 특색을 찾는다면 대전은 관광 사업에 특히 주력하고 있는 느낌이고, 부산은 고속도로 종점으로서의 의미를 찾기에 앞서 계속 불어나는 유동·부동 인구를 수용할 직할시의 면모를 새롭게 하는데 무엇보다 힘쓰고 있는 것 같다.
김수학 대구 시장은 70년대의 대구를 건설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펼치면서 광활한 배후지를 세력권으로 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추 도시를 지향하는 이외에 특히 『울산·포항 등 동남해안의 중화학 공업 지대와 긴밀히 연결된 내륙 경공업 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 섬유 공업의 50% 가까이를 점하고 있는 대구가 걸어갈 만한 길이다.
옥천·영동·황간 등지는 잠잠하다. 김천이 직지사를 관광지로 개발키 위해 1천만원을 들여 12km의 진입 도로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고 구미 공업 단지가 최근에 와서 특히 활기를 띠고 있는 정도다. 왜관에서 영천에 이르는 지역은 사과 주산지로서의 전통을 계속 살려나갈 계획이고, 경주는 관광 사업 개발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경주시는 내년부터 첨성대와 안압지 등 거의 모든 고적을 유료화 할 계획이다.
끝으로 언양은 곡물 중심의 전원 도시로 가꾸고 잠업 단지를 건설해보려는 생각 정도이며, 양산은 낙농과 수출용 화훼 단지가 빛을 보는 전망. 이택우 양산 농고 교장은 이미 수출을 목적으로 신종 국화와 카네이션 2만 그루를 일본서 도입, 마산에서 시험 재배중이라는 소문이다. 언양의 이종준 부면장은 울산에 있는 울주 군청을 이곳으로 옮기면 언양 지구 개발에 새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통도사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구도로 언양에 가는 길목 방기와 작천 마을 중간에 최근 완공 가동중인 삼성 NEC 전자 공장이 유달리 지나는 사람들의 눈을 끄는데 고용 증대와 함께 이 지역 개발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변도은·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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