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 몸부림…농개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농어촌 개발 공사가 재활을 위한 수술대에서 진통하고 있다.
67년12월 발족이래 30개월만의 일이다. 물론 이 공사의 부실이 진단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서 올해 연초의 일.
그 동안 농림 감사·자체 감사·특별 정밀 감사·국회 특별 국정 감사 등 집중적인 조사 및 검사를 통해 근본적인 쇄신책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 공사의 투자 총액은 1백1억7천5백만원에 달하며 22개의 직·합작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투자의 재원별 내용은 정부 출자금 65억원을 주축으로 차관 자금 5억9천만원, 재정자금 26억2천8백만원, 그리고 민간 자금이 4억5천7백만원이 포함돼있다.

<민간 자본 4% 뿐>
22개 자회사에 1백억원이 넘는 투자를 했는데 민간 자본 유치는 겨우 4%에 불과한 형편이다.
22개 사의 자기 자본 종합 비율이 34·l%, 50% 미만의 회사 수가 17개, 50% 이상 회사는 5개사이다. 22개 자회사 중 한국 농산, 한국 양식, 「앙고라·실크」, 협성 농산 등 4개 회사를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적자 운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선일 포도당 공장이다. 자본금 5억5천만원의 이 회사는 민간 투자 10% (5천5백만원)만이 투입되었으며 공사 자본금 4억9천5백만원 이외에 장·단기 대여금 5억6천5백만원이 출자, 총10억6천만원이 고정화하여 자본 회전의 길이 막혀있는 상태다.

<자본금 회전 막히고>
농개공은 이 거액의 자본 회수와 공장 가동을 위해 고구마 생산가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감미 자원 보호법까지 입법을 추진 중 회사 운영주 박모씨가 외자 도피 협의로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르자 보류 상태에 있는 형편이다. 한국 산토리 회사의 경우도 처음에는 민간인과 합작했다가 경영이 부실해지자 공사 전액 출자 회사로 흡수했으나 계속 적자 경영을 면치 못했으며 이것 역시 경영 대표 이모씨가 공금 횡령 혐의로 입건되는 등의 불상사를 일으켰던 것. 이밖에도 수출용 유리병 생산을 목표했던 한국 병 유리 회사가 내수용 병까지 생산하려다가 중소 병유리 공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말썽을 피웠으며 동신 인초 가공 공장은 농협과, 한국 양식은 수협과 사업상의 경합을 벌여 불화를 조성했었다.

<부실 원인 곳곳에>
이러한 부실 경영의 원인은 ▲나열식 전시 효과적인 사업 정신이 깔려 있었고 ▲사업의 타당성 조사가 부실했는데다가 경험적인 경영진용이 아니었다는 점 ▲전직 관료의 취직처 같은 인상을 풍길 만큼 능률 위주의 인사 구성이 아니었다는 점 ▲자회사 경영진 역시 자본의 실력자나 탁월한 사업 경험의 소유자가 아닌 무질서한 인선 등으로 경영의 획일적인 계열화가 없었고 ▲특히 계속 사업의 성패를 가리지 않고 신규 사업 확장에만 역점을 두어왔다는 점과 ▲무엇보다도 농림부의 감독이 소홀했거나 농림부 장관의 감독 권한 밖에서 경영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인사 난맥만 초래>
이러한 원인을 감안, 22개 자회사를 일제히 스크린 한 다음 통·폐합을 단행하고 농개공의 기구도 대폭 축소하는 등의 개선책을 진행 중에 있는데 그 작업이 소극적이라는 인상이 짙게 풍기고 있다. 우선 농개공의 기구를 12부3실에서 6부1실로 축소 조정했으나 폐합된 부실의 장들이 강등 또는 직명을 달리하여 현역에 그냥 있으므로 공사 내부의 인사 난맥을 초래, 불협화음을 피우고 있는 실정이다.

<간판 합병의 인상>
자회사 정리에 있어서도 호남 잠사를 비롯, 광주·천원 3개 잠사와 한국 해조 등의 민영화 대상 업체를 제외하고는 경북 농산과 한국 농산의 합병, 감귤 냉장·협성 농산·대아 농산 등의 한국 냉장 주식에의 흡수, 양돈 가공 센터와 영동 축산의 병합 등은 단순한 「간판합병」에 불과, 이에 따른 경영의 합리적인 개선이나 민간 자본 유도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설상가상 격으로 부실 기업의 표본인 삼원 농산까지 인수키로 20일 한일은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1억6천만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2개월간의 임차 운영에서 6백여만원의 적자 경험을 고려치 않더라도 시기적으로나 사업 면에서 농개공에 플러스되는 일이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공사의 보다 빠른 재활의 길은 자금 회수 기업과 집중 투자 사업을 조속히 선별, 과감한 처분과 강력한 사업 추진력을 길러 착실한 전진의 방향을 정립시켜야 할 것이다.

<신영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