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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굴러 24명 사망|고령 금산재서-장마에 팬 웅덩이 피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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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령 사고 현장=김탁명·정승룡·이상기 기자】18일 하오 4시5분쯤 합천 해인사를 구경갔던 관광객 등 승객 70명을 태우고 대구로 가던 경북 영5-1311호 시외「버스」 (운전사 최삼수·29·일심 여객 소속)가 경북 고령군 개진면 양전동 금산재에서 높이 90m의 벼랑 밑으로 굴러 떨어져 절 구경을 하고 서울로 돌아가던 고대 국문학과 4년 안명혜 양 (21) 등 24명이 죽고 44명이 부상했다.
이날 하오 3시40분쯤 해인사로 가던 이 버스는 금산재를 넘은 후 내리막길을 2백m 가량 내려가다가 이날 낮까지 내린 비로 깊이 40cm·너비 1m·길이 80여m의 길 가운데에 난 도랑을 피하려고 운전사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는 순간, 무른 땅이 내려앉으면서 바위가 울퉁불퉁 튀어나온 계곡 밑바닥으로 20여 차례나 곤두박질하면서 굴러 떨어졌다.
버스는 차체를 구별 할 수 없을 만큼 박살이 났고 부서진 차체 틈에 끼인 승객들의 『사람 살려라』는 비명이 계곡에 메아리 쳤으며 피로 범벅이 된 여행용 가방과 차량 부속품이 흩어져 현장은 수라장을 이루었다.
사고 지점 10m 앞에서 내려 화를 면한 고령 농고 2년 이진걸 군 (17)이 목격한 바에 따르면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나 달려갔더니 버스가 마구 굴려 떨어졌으며 벼랑 가운데 지점에서 버스가 멈칫 했을 때 출입문이 부서져 떨어져 나가면서 이 틈 사이로 승객 3명이 밖으로 튕겨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해인사에 피서 갔던 기아 산업 직원 박완호 씨 (2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399)는 운전사의 바로 뒤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다가 요행히 화를 면했다.
사고 후 25분이 지난 하오 4시30분쯤에야 고령 경찰서의 경찰관 45명, 소방관 48명, 예비군 45명이 현장에 도착, 구조 작업에 나섰는데 구조 대원들도 처음엔 이 처참한 참사 모습을 보고 한동안 멍해 있었다.
경찰은 김덕엽 경주 지사가 현장 지휘하는 가운데 고령면의 관·자가용 및 택시 등을 모두 동원, 수송 작전을 펴 부상자들을 대구의 곽 욋과·공 욋과·경북대학병원·적십자병원 등에 각각 입원시켰다.
이날 죽은 고대생 안명혜 양은 친구 6명과 함께 여름 방학을 맞아 피서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것이며 업무 연락 차 대구로 가던 마세렬 경장 (41·고령 경찰서 경비과 소속)도 죽었는데 이 사고에서 부상당하지 않았던 승객은 단 2명뿐이다.

<사명자 명단>▲마세렬 (41·고령 경찰서 경비과) ▲전재곤 (대구시 동아 양조장) ▲이대순 (여·부산 동래구 명륜동 784) ▲한창순 (14·여·고령 여중 1년) ▲전귀자 (19·여·차장) ▲전병대 (34·합천군 가야면 황산리) ▲이도원 (28·고령군 쌍림면 신촌동) ▲김규식(48·고령군 다산면 벌지동) ▲신재휴 (47·대구시 대명동 1873) ▲정방현 (39·합천군 야노면 구정리) ▲황윤택 (20·해인사 청운 여관 종업원) ▲이준재 (37·여·부산시 동래구) ▲김홍태씨 부인 (고령군 고령면 고아동 1784 )▲안명혜 (21·고려대 국문과 4년) ▲윤근식 (27·합천군 가야면) ▲배풍지 (31·기아 산업 시흥 공장) ▲조영락 (28·기아산업) ▲박영진 (29·기아산업) ▲유옥란 (32·고령군 고령면 고아동) ▲윤영희 (22·합천군 묘산면 황산리) ▲김상호 ▲배호봉 (43·고령군 고령면 헌문동 261) ▲55세 가량 남자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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