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굴 스키 최재우, 양학선 찾아간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모굴 스키 국가대표 최재우(왼쪽 사진)가 지난 26일 공중 3회전 기술을 위해 트램펄린 위에서 훈련하고 있다.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가운데 사진)에게 직접 점프 노하우를 배웠다. 오른쪽 사진은 봅슬레이 대표팀이 캐나다 캘거리에 위치한 실내 아이스 훈련장에서 스타트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안성식 기자·중앙포토·이용 감독]

2014 소치 겨울올림픽의 메달은 한여름 땡볕을 받고 여문다.

 모굴스키 국가대표 최재우(19·CJ제일제당). 지난 4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신인상을 수상한 한국 스키 최고의 블루칩이다. 이미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딴 그는 여름 내내 체조장과 수영장을 찾았다. 좀 더 어려운 점프를, 좀 더 멋지게 해내기 위해서다.

 모굴스키는 눈 둔덕이 이어진 울퉁불퉁한 슬로프를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가 점프를 해 공중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스피드, 테크닉, 공중 동작의 완성도를 동시에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에서 5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메달의 가능성을 보인 최재우는 점프 기술 향상에 여름을 바쳤다. 최재우는 지난 5월부터 태릉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교에 있는 체조장의 트램펄린에서 점프의 기본기를 다졌다. 지난달에는 일본 나가노현 하쿠바에 있는 수영장 워터 점프대에서 실제 공중 동작을 하면서 기술을 가다듬었다.

 ‘도마신’ 양학선(21·한국체대)에게 점프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양학선은 공중에서 3바퀴(1080도)를 회전하는 ‘양1’ 기술로 지난해 런던 올림픽 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최재우는 모굴스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인 공중 3회전 점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동작 등에서 세계 초일류 양학선으로부터 배울 게 많았다. 최재우는 “한국체대 선배라 부탁을 했다. 도약과 착지에서는 모굴스키와 체조가 다르다. 하지만 공중 동작은 유사한 게 많다. 어떻게 해야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지 학선이형한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트램펄린에서 뛰는 걸 보고 학선이형도 칭찬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최재우의 소치 겨울올림픽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다. 한국 스키 사상 첫 도전이다. 그는 “점프할 때마다 늘 재미있고 새롭다. 한편으로는 더 새로운 기술을 하고 싶은 오기도 생긴다”며 “소치 올림픽 이후에 한 바퀴를 더 트는 1440도(공중 4회전) 점프 기술에 세계 최초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지난 1일부터 3주 동안 캐나다 캘거리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이번 전지훈련의 핵심은 출발 속도를 앞당기는 것이었다. 캘거리까지 찾아간 이유는 실제 경기장과 유사한 실내 아이스 훈련장이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에도 실전처럼 스타트 훈련을 할 수 있다. 스타트는 봅슬레이에서 경기 성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강원도 평창에 스타트 훈련장이 건립돼 활용되고 있지만 레일 형태로 돼 있어 실제 봅슬레이 경기장과는 차이가 있다.

 대표팀은 11월부터 아메리칸컵, 월드컵 대회 등을 통해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도전한다. 지난 3월 국제봅슬레이연맹(FIBT) 주관 아메리카컵에서 2인승 부문 금메달을 딴 원윤종(29·경기도봅슬레이연맹)은 “진짜 얼음에서 훈련해 큰 도움을 받았다. 지난 시즌보다 0.2초가량 스타트 기록이 단축됐다”고 말했다. 이용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은 “스타트 기록만 놓고 보면 세계 정상권 수준”이라고 했다.

 캐나다에서 돌아온 뒤 잠시 휴식 중인 봅슬레이 대표팀은 다음 달 2일 재소집 후에도 강원도 평창에서 2차 훈련을 한다. 원윤종은 “기록 경기라 시작이 좋아야 한다. 0.1초라도 더 끌어올리겠다는 마음으로 달리고 또 달리겠다”고 말했다.

글=김지한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