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위의 자위책…미 보호 무역|섬유류 수입 규제 밀즈 법안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세계 자유 무역을 시련 속에 몰아 넣은 미국의 섬유류 수입 규제 법안이 착안된 것은 두 가지 중요한 배경이 깔려 있다. 하나는 전후 자본주의 세계 경제를 리드했던 압도적인 미국의 우위가 4분의 1세기가 지난 오늘 점차 붕괴 과정에 들어갔다는 것과 또 하나는 상대적으로 일본의 경제력이 신장, 미국과 경제 전쟁을 치를 위치에까지 왔다는 것이다.
자유무역주의가 강자의 이론이며 선진국의 후진국 지배 논리라는 것은 무역 정책사가 입증하고 있다.
제 2차 대전 후 미국 자본주의의 우위에 바탕을 두고 구축된 국제통화기금 (IMF)과 관세무역 일반 협정 (GATT)이 미국 우위의 붕괴와 함께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도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미국 우위의 후퇴는 곧 외국으로부터의 경제 공세가 치열해 짐을 의미한다.
즉 외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 왕성하게 진출하여 미 국내 산업·노동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며 따라서 미국은 자위책으로 보호 수단을 강구하게 되는 것이다.
현안의 밀즈 법안이 닉슨 정부의 남미주 득표 공작이라는 정치적 목적이외에 노동 조합이 정부에 보유 무역주의를 채택토록 압력을 가하는 것과 자본가가 이에 동조하는 이른바 아베크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미국을 외국 상품 공세로부터 막자는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밀즈 법안이 제안된 주 목적은 일본 섬유 진출을 봉쇄하자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 통에 한국을 비롯한 자유중국·향항이 심대한 타격을 받는 것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냉혹한 경제 현실에 희생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대미 무역은 65년에 역조를 시정한 이후 계속 흑자 폭을 넓혀왔다.
69년중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49억5천만불로 전체 수출의 31%를 점했으며 대미 무역 흑자는 8억7천만 불에 달했다.
때문에 미국 산업계는 반덤핑법 적용, 수입 제한 입법, 자율 규제 요구 등을 끈질기게 정부측에 요청해 왔었다.
일본 상품의 대미 수출 4대 품목은 철강·섬유·가전 용품·자동차 등이다.
이중 철강 제품은 국제 카르텔 협정에 의해 69년부터 3년간 ECSC (구주 탄광 공동체) 6개국과 함께 대미 수출을 자율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섬유류에 있어서 만은 l년여에 걸친 미일 직물 협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22일 워싱턴에서 열린 일본의 자율 규제 교섭이 결렬됐다. 미국 측은 5년간의 자율 규제 기간을 두자는 것이고, 일본은 1년간을 고집한 끝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또 일본은 미국이 섬유류 수입 규제 후 다음 단계로 전자 기기 용품, 특히 TV·라디오 등 가전 용품과 자동차로 비화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 내 시장에서 외국 기업 제품 점유율은 라디오 94%, 흑백 TV 44%, 칼라 TV 18%로 대단한 위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의 흑백 TV는 이미 반덤핑법 저촉 여부 조사를 받고 있는 실정에 있다.
자동차는 69년 중 외국제가 1백만 대 이상 미국으로 들어왔으며 (전체 시장의 11·24%), 일본 제품인 코로나와 「블루·버드」 (새나라)가 28만 대를 점해, 전년비 56% 증가라는 급속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이 일본은 미국에 대해 무역 역조 폭을 확대하면서 자국 제품을 적극 진출시키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제2의 진주만 사태라고 비난하면서 보호주의 색채를 강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라디오를 비롯한 전자 제품의 70년도 수출 목표를 9천2백만불로 세우고 있고, 69년도 중 4백70만불의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미국 시장에 내보낸 한국 전자 업계도 섬유류 파동 이후에 닥쳐올지 모를 전기 제품 수입 규제 여부를 주지해야 할 것이다. <현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