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에 꿈을 심는 구연 동화|아마추어 이야기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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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는 말이 있지만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심리는 어쩔 수 없다. 이들은 말을 익히기 시작하면서부터 할머니·할아버지·엄마·아빠에게 얘기해 달라고 졸라댄다.
같은 얘기를 몇번씩 다시 해줘도 매번 새롭게 듣는다.
글을 해독할 줄 아는 어린이에게 이미 읽은 동화를 얘기로 들려줘도 역시 좋아한다. 동화를 직접 얘기로 듣는 것이 훨씬 쉽고 재미있고 실감나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해도 듣는 어린이는 자기하고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정하고 친근하게 느낀다.
효과적인 음성과 몸짓으로 들려주는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보다 풍부한 상상력과 꿈을 길러 준다. 학교나 집안에서 공부만을 강요하는 이즈음에는 아이들이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이런 조건하에서는 아이들의 꿈이 자랄 수 없다고 구연 동화가 이해창씨는 주장한다.
공부하기 싫어하고 주의가 산만한 어린이에게 옛날 얘기를 해준다고 말하면 금방 장난을 그만두고 주의를 집중하게 된다.
이때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다가 서서히 학습으로 이끌어가도 계속 열중하게 된다. 이렇게 어린이들이 얘기를 좋아하는 심리를 이용하여 수업을 지도하면 훌륭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나라 구연 동화의 개척자는 소파 방정환 선생이다. 그후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교회 주일 학교와 유치원에서 구연 동화를 많이 활용했으나 그 방면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나 지도는 전연 없었다.
1958년 새싹회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어른들의 구연 동화 대회」를 열어 구연 동화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고, 이때 최영일·백정란씨가 입상했다. l965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구연 동화 대회에서는 배동익·이면순·김금석씨 등이 구연 동화가로 탄생하여 이들 5명의 구연 동화가들이 65년10월 「이야기 동산회」를 창설하여 본격적인 구연 동화 보급에 나섰다.
「라디오」·TV 등 방송을 통해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이해창씨. 그는 KBS의 이야기 시간 「하모니카 할아버지」를 5년 동안 담당하여 어린이들에겐 낯익은 목소리가 되었다.
칫과 의사 김세경씨도 「얘기 할아버지」로 유명한데 그가 이 빼기를 두려워하는 어린이들에게 『아-해봐요, 이빨이 썩어버린 사자는 토끼도 깔봐요. 토끼가 깔보는 사자는 어떻게될까요. 불쌍하지요?』라고 얘기를 시작하면 아픈 기색도 없이 썩은 이를 빼고 웃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어머니가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이야기로 들려주려면 첨제와 화술에 유의해야 한다. 화제는 대개 동화책에서 선택하는데 이때는 이야기 듣는 어린이의 수준에 맞게 골라야한다. 이해창씨는 『3·4·5세 어린이는 쉽고 허황된 이야기를 반복해도 좋아하지만 국민학교 이상의 어린이는 실제적이고 모험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야기 내용은 재미 있으면서도 어떤 감명과 교훈을 줄 수 있으며 시사성이 있는것이 좋다.
첨술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렵겠지만 말의 속도, 억양, 표준말 등에 유의하고 이야기에 나오는 동물의 성대 묘사나 흉내를 이따금씩 곁들이면 훨씬 흥미를 돋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연 동화란 원고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이야기하기 전에 동화를 충분히 읽고 이해하여 중간에 내용이나 이름을 고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자주 고치면 신뢰감도 없어지거니와 어린이들은 금방 흥미를 잃고 만다.
이야기의 내용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데 아동 문화가 홍은순씨는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전래 동화와 같은 허황된 이야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생활 동화가 더 많은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생활 동화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민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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