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거봉농장·메주공장 … 농어촌 자활 도우미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양호진 차장(왼쪽 셋째)을 비롯한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경남 거제시 둔덕면 농막마을에 조성한 거봉포도 농장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옥덕명 이장(왼쪽 둘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삼성중공업]

“아이고 양 차장 또 오셨는가? 날 더운데 고생 많네.”

“예, 아버님 잘 지내셨지요?”

 21일 경남 거제시 둔덕면 농막마을을 찾은 삼성중공업 양호진(49) 차장은 여느 때처럼 주민들과 살가운 인사를 나눴다. 벌써 3년 이상 수시로 만나다 보니 이들은 이미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 이들을 이어준 인연의 고리는 거봉포도다.

 2009년 삼성중공업은 조선소가 있는 거제시 인근의 농촌 마을들에 대한 지역봉사활동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가 ‘희망누리’라고 불리는 자활자립 지원 사업이다. 단순히 농사일을 거드는 수준이 아니라 농촌을 더 풍요롭게 만들 아이디어를 제공하자는 게 이 사업의 취지였다. 첫 번째로 선정된 대상 마을이 바로 이곳, 농막마을이었다.

 양 차장은 희망누리 사업을 시행할 봉사단 모집 공고가 나붙자 곧바로 지원했다. 그는 이미 부서 내에서 ‘선봉장 봉사단’이라는 이름의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양 차장은 옥덕명 이장 등 농막마을 어르신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거봉포도 농장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마을 내 일부 농가가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후 3년 동안 양 차장을 비롯해 연인원 1000여 명의 삼성중공업 임직원이 참여해 1300㎡(400평) 규모의 거봉농장을 완공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포도 수확이 시작되면서 매년 1000만원어치 정도를 팔 수 있을 전망이다. 양 차장은 거봉농장 봉사단의 리더 자격으로 봉사활동이 있을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그는 “자주 가다 보니 어르신들을 아버님·어머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며 “최근에는 마을 경로당과 자매결연을 맺어 가끔씩 잔치를 열어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 차장이 주도한 포도농장은 다양한 후속 사업으로 이어지는 선봉 역할을 했다. 1호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동부면 삼거림마을에는 친환경 메주공장이 들어섰고, 연초면 중촌마을과 거제면 서원마을에는 각각 연꽃농장과 멸치액젓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아이디어 기부를 받아 어촌마을 폐교를 리모델링한 관광휴양센터와 해상펜션을 완공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2006년부터 사내 석·박사 출신 고급 인력들이 농촌 지역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는 등 희망누리 사업 외에도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사회공헌파트의 반현석 대리는 “지금은 거제시가 됐지만 1974년 조선소가 처음 들어섰을 때는 주소가 거제군 신현읍 장평리였을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며 “시골에서 시작한 회사인 만큼 농촌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남다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제=박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