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낙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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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낙원동 229번지에 자리잡고 있는 건평 27평의 종로구 낙원동사무소 2층 목조 건물은 너무 낡아 10여명의 동 직원들이 불안 속에서 일하고 있고 하루 수 10명씩 드나드는 동민들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의 서울이라는 종로구 안에서도 비교적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는 낙원동은 지난 5월18일 동 조정 때 종각동, 대사동, 탑동 일부, 전훈동이 합쳐져 종래에 있던 견지, 관훈, 공평, 인사, 낙원, 종로 2가, 관철동 등까지 모두 7개의 법정동을 관할하고 있는 인구 8천7백7명의 동이 되었다.
동 개편 때 동사무소를 옛 대사동사무소 (낙원동 44)에 두려고 했으나 건물이 철거 대상에든 낡은 건물이기 때문에 옛 탑동 사무소 자리에 둔 것인데 이것 역시 구청에 위험 건물로 보고할 정도로 낡아 있다.
동사무소에서 불과 50m 정도에는 또 하나의 낡은 건물이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낙원동의 인상을 흐리게 하고 있다. 파고다 공원 뒤쪽에서 낙원 아파트 사이에 있는 218번지의 2층 연립 목조 건물이 바로 위험 건물.
2백21평의 국유지에 세워져 있는 이 건물은 일제 때 세워진 적산 가옥으로 현재 90여 가구가 임대차 계약으로 들어 있다.
한달이면 몇 가구가 들어오고 나가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이사가 잦은 이 집은 목조 기둥이 낡고 2층 바닥도 약해 동에서는 위험 건물로 구청에 보고하고 구청은 철거 계곳장을 여러 차례 냈으나 거주민들은 일부를 보수한 채 그대로 살고 있다.
동과 이웃 주민들은 화재 위험성이 많고 여름철에 전염병이 집단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동사무소는 이곳을 하나의 통 (4통)으로 편성해 거주민을 정확히 파악토록 하는 한편 보건소 측은 이곳을 전염병 발생 우려지로 보고 매일 소독을 실시하는 등 특별 방역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이웃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낙원동 일부에 있던 창녀들이 지난해 자취를 감추자 마을 유지들은 사회 정화 실천회를 구성, 뒷골목에서 날뛰던 부랑아들을 선도해 21명을 방범 대원으로 채용하고 20여명에 취직을 알선하는 한편 60세 이상 노인 9명으로 구성된 조기회를 만들어 뒷골목 청소에 앞장서고있다.
그러나 동민들은 관철동에서 광교 앞에 이르는 불량 건물을 철거하고 고층 건물을 지어 보다 나은 낙원동을 꾸미겠다는 당국의 거창한 계획보다는 당장 동민들에게 불안을 주는 동사무소를 새로 지어주고 낙원동 101 연탄 공장 앞에서 돈의동으로 가는 릴이 2백m의 도로를 포장해 줄 것을 아쉽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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