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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무모한 계획에 분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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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방침이 우리 정부에 전해진 경위를 놓고 외교 절차상의 몇 갈래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경위는 지난 5일 사이공의 최규하 외무장관·로저즈 미 국무장관의 회담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감군 의사가 전달되었고, 이를 보고 받은 정일권 국무총리가 6일 포터 주한미국 대사를 불러 이를 확인한데 이어 8일 다시 포터 대사가 예고 없이 정 총리를 방문 한 것이다.
8일 귀국한 최 외무장관은 로저즈 장관에게서 메시지 (문서)를 받았다는 보도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구두로 감군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또 정-포터 회담에서도 외교 절차상 어떤 공식적인 문서는 수교되지 않았고 로저즈 장관의 「구두 의사」를 확인했다는 것.
그래서 우리 정부는 「사이공」서 로저즈 장관이 최 외무장관에게 밝힌 것을 통고로 받아들이고 포터 대사의 정 총리 방문은 외교의 전상 (대등이 아니기 때문에) 통고로 보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주한미군 일부 감축 통고가 알려지자 국회의원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무모한 계획과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분노했다.
박기출 의원 (신민)은 『외무-국방 연석 회의에서 70년대 중에는 미군 철수가 없을 것이라고 정 총리가 말한 것이 며칠전인데 이래서야 정부를 어떻게 믿느냐』고 했고, 차지철 외무 위원장은 『외무위에서 그간의 진상을 호되게 따지겠다』고 별렀다.
외무위는 외유중인 소속 위원들을 9일 상오 중에 모두 귀국하도록 조치하여 이날 저녁 회의를 열기로 했는데 상위 출석을 거부하던 야당 의원들도 모두 참석하겠다는 통지가 있었다.
예비군 검열에서 낙제점을 받은 총무처는 오는 11일의 재검열을 앞두고 요즘 예비군 훈련에 열중하여 정상 집무는 거의 중단 상태-.
중앙청 안에 있는 각 부처 직원으로 편성된 총무처 중대는 비 때문에 매일 청 내 「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데, 한 간부는 『아주 긴급하고 중요한 일 이외의 정상 집무는 중단하고 있다』면서 검열이 끝난 뒤 밀린 일을 처리할 걱정을 했다.
그러나 서일교 총무처 장관은 『싸우면서 일해야하는 처지인만큼 이런 훈련은 불가피하며 훈련에 소홀히 하는 자는 징계에 회부하는 등의 법 조처하겠다』면서 예비 군복 차림으로 진두 지휘.
그런데 같은 중앙청 구내에 있지만 독립 중대로 된 문공부는 검열에서 최우수의 성적을 내어 혼성 중대인 총무처와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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