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20대女 집 앞에서 ‘엉만튀’ 당하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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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강기영]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슴만튀’(가슴 만지고 도망치기), ‘엉만튀’(엉덩이 만지고 도망치기) 등 ‘기습 성추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머니투데이가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변태 성욕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 같은 강제추행 사례가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성관념이 형성되지 않은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놀이 문화’로 변질됐다. 점점 과감해지는 청소년들은 여성 치마를 걷어올린 뒤 추행하는 ‘X만튀’도 서슴지 않는다.

치고 도망치는 식이지만, 피해여성이 받는 정신적 충격은 다른 종류의 성폭행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이후 피해자들은 밤길을 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공포심에 휩싸여 심리상담까지 받는 경우가 많다. 강제추행은 친고죄 규정이 폐지돼 피해자의 고소의사 없이도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왜곡된 性관념 온라인 기승

최근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슴만튀’ 등 강제추행 범죄 무용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범행에 적합한 시간대, 장소, 대상, 도주방법 뿐 아니라 피해자의 반응 등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을 올리며 왜곡된 우월감을 느낀다. 간혹 범행을 저지르기 전 대상을 정해놓고 사진을 찍은 뒤 범죄행각 '인증샷'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범죄임을 알리고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댓글은 수많은 비추천 '폭탄'을 받기 일쑤다.

27일 구글 검색 결과 ‘슴만튀’, ‘가만튀’ 등의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이 각각 15만2000여개, 6만6200여개였다. ‘엉만튀’는 3만5700여개, ‘X만튀’는 3만8300여개 게시물이 검색된다.

엄연히 ‘범행 수법’을 적시한 유해정보 게시물이지만 차단은 쉽지 않다. 유해정보 사이트 차단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정보통신 심의규정 7조에 따라 '범죄 수단이나 방법 또는 과정이나 결과'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범죄 저지를 우려가 있는 게시물은 차단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 묘사라는 게 규정 짓기 애매한 부분이 있고, 온라인에 올라온 그런 류의 무용담이 오프라인의 실제 범죄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게시물 차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기습 성추행’에 대해 가해자들은 큰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다르다. 한 대학 성폭력상담소 상담사는 “무방비 상태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뒤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걸 ‘장난’으로 치부하는 건 가해자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할 뿐 피해자들은 가족에게도 말 못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고 밝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슴만튀` 정보공유 게시물들. 죄책감 없이 수법 등을 논의하는 모습이다. 사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캡처]

◇구체적으로 지목해 도움 요청해야

‘기습 성추행’ 피해자들은 하나 같이 “범행 순간에는 당황하고 무서워 소리도 못 지르고 몸도 못 움직일 지경”이라고 한다. A씨는 “평상시와 똑같은 우리 아파트 단지 내 퇴근길에서 그런 일을 당하니 멀리 있는 동네 사람들 부를 생각도 들지 않고 순간적으로 몸이 얼었다”고 했다.

간혹 범인을 붙잡기 위해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주변 사람의 특징을 집어 ‘안경쓰고 가방 든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라는 식으로 소리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한 사람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면 도와줄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재범 방지를 막기 위한 경찰 신고는 필수다. 집 근처에서 2개월 동안 6명의 여성 가슴을 만지고 도망친 김씨도 6번째 범행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을 멈출 수 있었다. 김씨는 집 근처 방범용 CC(폐쇄회로)TV 위치를 모두 파악한 뒤 ‘사각지대’만 골라 범행했지만, 주변 다른 용도의 CCTV에 범죄행각이 포착돼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간·강제추행 검거율은 92.7%에 달한다. 2011년 81.4%, 2012년 84.5%로 검거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은 방범용 CCTV 외에도 교통용,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용 등 공용 CCTV와 원룸 주인들이 별도로 설치한 사설 CCTV, 차량 내부 블랙박스까지 다양한 ‘카메라 증인’들이 있다”며 “범행을 당한 뒤에는 신고를 통해 범인을 검거해야 후속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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