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을 알뜰하게|시정돼야할 점과 그 가능성(2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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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용산구 안에서 무허가 판잣집이 가장 많은 곳이 한강로 3가동이다.
용산 우체국 쪽의 한강로 2가동과 서부 이촌동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한강로 3가동 (동민1만8천명, 3천6백 가구)에는 지난해까지 미나리 강으로 불리던 40번지 (야채 시장 입구)의 40가구, 철우 회관 뒤 3백 가구, 동창 화학 뒤 3백 가구, 그리고 용산 역전 광장 방공호 안에 있던 90여 가구가 철거됐지만 아직도 용산 시장 입구에 1백39동, 한강 국민교 부근에 54동, 5통·6통의 철도 부지에 3백4동, 그리고 63번지 일대에 1백27동의 철거 대상 무허가 건물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서도 판잣집 때문에 주민들간에 자주 말썽을 일으키고 싸움까지 벌어지는 곳이 63번지 일대. 철도 병원 앞에서 용산 시장으로 들어가는 6백여m, 폭 1m 남짓한 하수구와 도로를 점용 해 세워져 있는 63번지 일대의 l백27동 무허가 판잣집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화재의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판잣집 주민들이 오물 등을 하수구에 버려, 악취 때문에 견딜 수 없다고 철거를 진정하는 이웃 1천여 가구 주민들과 철거할 수 없다고 버티는 주민들 사이에 종종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판잣집 이웃에 살고 있는 주민 10여명이 하수구의 악취 때문에 견딜 수 없다고 철거를 진정하자, 판잣집 주민들은 그들의 생활 근거를 뺏으려 한다고 진정, 서로 맞섰다.
또 지난 5월 중순 이 판잣집을 관할하는 5통장 이봉준씨 (판잣집 거주)가 도시 미화와 동 발전을 위해 이주할 것을 주민들에게 설득하려다 혼난 일이 있어 이제는 철거를 진정하는 주민들은 이름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63번지 일대의 무허가 판잣집은 해방 직후부터 세워졌다. 6·25때는 피난 등으로 허허벌판이었다가 용산 시장이 들어서자 날품팔이꾼들이 모여 지금과 같은 집단을 이루게 되었다.
하수구 위에다 집을 짓고 도로까지 점용하고 있는 판잣집에는 변소 시설이 제대로 없어 분뇨 등 오물을 3m 깊이의 하수구에 그대로 버리고 있어 하수구가 막히는 바람에 악취가 더욱 심하다.
주민들은 1년에 두번이 하수구를 준설하지만 효과는 그 때뿐 하루만 지나면 마찬가지라는 것.
64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철거 계곳장이 나가고 있지만 이들의 이주에 필요한 예산이 없어 손을 못 쓰고 있는 구청 측은 동민들이 구청에 몰려와 악취 때문에 못 견디겠다고 항의하면 70년도 불량 건물 정리 계획에 들어 있어 곧 철거될 것으로 안다고 만 말할 뿐 아무런 대책을 못 세우고 있다.
20년 이상 이곳을 생활 토대로 삼아온 판잣집 주민들은 비록 무허가로 집을 짓고 있지만 『아무런 생계 대책이 없이 철거만 하겠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당국의 계획이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이다.
판잣집 주민들은 구청 측이 현대화를 구상중인 이웃 용산 시장 안에 그들이 입주할 수 있는 생활 터전을 마련해주든지 지금 자리에 복지 시설을 만들어 생활 기반을 마련해주면 그들의 생계 문제와 동 발전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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