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포] 워싱턴지역 무차별 저격 공포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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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수) 오후 몽고메리카운티 위튼에서 숨진 첫 희생자를 시작으로 7일(월)까지 모두 6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고 2명이 중상을 입었지만, 연쇄저격살인사건의 해결조짐이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3일(목) 오전까지 몽고메리카운티 애스펜 힐을 중심으로 5마일 남짓한 반경에서 16시간 동안 5명이 총에 맞아 숨진뒤 카운티 경찰과 FBI, ATF 등이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이후 DC와 버지니아 북부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범인을 저지하지 못했다.

 특히 수도권 전체가 초비상상태에 돌입했던 7일 오전에도 이 악마같은 저격수는 등교길 열세살 소년의 가슴에 총알을 박고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왼쪽 하복부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관통상을 당한 이 소년은 폐 등 장기에 손상을 입고 중태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몽고메리카운티 찰스 무스 경찰서장은 7일 오후 프린스조지스카운티, DC, 메릴랜드주 경찰 및 FBI, ATF, 메릴랜드주·연방 검찰 등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범인 검거를 다짐했지만 아직 수사는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은 일련의 저격살인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인다는 것. ATF는 몽고메리카운티에서 숨진 희생자 3명과 DC 희생자의 몸에서 찾아낸 총알이 같은 총기에서 발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버지니아, 프린스조지스 카운티에서 벌어진 사건도 총알의 종류가 같고 수법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한 3일 DC 저격장소에서 60야드 가량 떨어진 교회 벽면의 탄약 흔적, 7일 프린스조지스 사건 목격자들이 총성을 들었다는 벤자민태스커 중학교 주변 숲속에서 발견한 탄피가 범인의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두 지점은 모두 범인이 몸을 숨긴 채로 희생자들을 조준하기에 적합한 지점이었다.

 사건초기부터 범인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배 중인 흰색 카고밴에 대한 조사도 계속 진행 중이다. 240-777-2600, 1-800-673-2777, 1-800-755-9424 등 제보전화를 통해 8일(화) 오전까지 모두 6천여건의 제보가 날아들었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지는 못했다고. 당초 5만달러였던 현상금도 메릴랜드주의 추가지원으로 16만달러로 올라갔다. 무스 서장은 조금이라도 “특이한 조짐이 보이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를 걸라”며 적극적인 제보를 재차 당부했다.

 부시 대통령 역시 7일 먼 거리에 숨어서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연쇄저격살인사건을 ‘비열(Coward)하고 몰지각한(Senseless) 범죄’라고 규정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지시했다.

 수사당국은 이렇다할 단서가 발견되지 않자 ’지역 분석법(Geological Profile)’을 활용한 탐문수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분석법은 연속된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분석, 용의자의 근거지나 다음 사건 위치 등을 추적하는 방법으로 1990년대 후반 로스엔젤레스에서 일어난 창녀연쇄살인사건 등에서 활용된 바 있다.

 경찰은 범인이 평일 출퇴근 시간을 노려 대담한 범행을 저지름에 따라 또 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해 치안유지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8일 오전에는 몽고메리, 프린스조지스 등 메릴랜드 남부 카운티 대부분과 DC는 학생들의 야외활동을 금지하는 코드 블루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찰들도 학교 주변 등 사람의 통행이 많은 곳에 순찰인력을 집중시켰다.

 희생자의 수가 늘어나며 주민들의 공포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 예상치 못한 곳에서 뜻 하지 않은 죽음이 이어지자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저격전문가들은 범인의 총격에서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성이 들릴 경우 자동차나 전화박스 등 은폐물 뒤로 몸을 숨기고, 손으로 머리와 가슴 등 사격점을 가려 피해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지하주차장 등을 활용 노상에서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편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정신적 피해를 줄이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가족간의 대화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저격사건 일지>

 몽고메리 카운티, MD 
 ① 10/2 05:20 애스펜힐 쇼핑몰에 첫 총격
 ② 10/2 06:04 위튼 식료품점 55세남성 사망
 ③ 10/3 07:41 락빌 잔디깎던 39세남성 사망
 ④ 10/3 08:21 애스펜힐 주유소 54세남성 사망
 ⑤ 10/3 09:58 켄싱턴 주유소 25세여성 사망

 워싱턴, DC
 ⑥ 10/3 21:20 길가던 72세남성 사망

 스팟실베니아, VA 
 ⑦ 10/4 14:30 쇼핑몰 43세여성 중상

 프린스조지스 카운티, MD
 ⑧ 10/7 08:09 부위 등교길 13세소년 중상

김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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