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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권유한 "살해 자수"|탤런트 살해범 이의 도피 중단 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TV 탤런트 살해범으로 경찰의 수배를 받아 온 이종은(24·모 대학 3년)이 도피 중 갑자기 자수한 이면엔 애인 김 모양의 간절한 권고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한 여인의 『죽든 살든 함께 하겠다』는 김양의 애원은 범인 이가 『자살해 버리겠다』는 결심을 바꾸어 지난 1일 밤11시쯤 경북 안동 경찰서에 자수시킨 것이다.
이가 살해한 TV 탤런트 유연우(24)는 춘천 중학 동창생이자 사돈 뻘이 되는 인척 사이. 이는 대학에 진학, 서울 성북구 행응동 338의17에 셋방을 얻어 여동생과 함께 자취하고 있었다. 작년 12월 유씨가 이의 자취방에 찾아와 영화에 출연 교섭을 해야겠다며 집주인으로부터 이자 돈을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2만원을 1일 이자 2백원인 소위 달러 돈을 소개해 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러나 유씨는 출연 교섭에 실패, 『엄마, 아빠 오래 사세요』란 영화에 대학생 역으로 얼굴을 잠깐 비친 단역이었고 비싼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했다.
이때 이는 집에서 등록금 6만원이 올라왔고 집주인의 빚 독촉에 견딜 수 없는데 다 유씨가 다시 찾아와 『요즘 교제를 않으면 영화 출연이 어렵다. KBS에서 개런티가 나오면 갚을 테니 등록금을 당겨쓰자』고 요구했으나 거절하고 빚돈 때문에 상의하자고 하여 6월29일 자취하는 방으로 유씨를 데려왔다.
이가 『난 아직 너 때문에 학교 등록도 못했다.
네가 사람이라면 친구의 의리를 저버릴 수 있느냐?』고 분개했고, 유씨가 『야! 괄세 말라, 더럽다. 나도 돈 있다. 내가 돈 받으려고 내게 꿔주었더냐? 그래 갚아 주마』라고 맞서자 시비가 벌어졌다.
이는 극도로 분개, 전기다리미 줄로 유씨를 순간 목 졸라 죽이고 애인 김양 집으로 달려갔다.
평소 밤에 찾아오는 일이 없던 이를 보고 김양이 이상한 예감이 들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으나 『그냥 놀러 왔다』면서 태연하더라는 것.
하룻밤을 함께 샌 후 이튿날인 30일 하오 3시쯤 김양과 함께 버스로 여주군 여주읍에 있는 누나 종희씨(28) 집에 가서 용돈 4천원을 얻은 다음 1시간 가량 머무른 뒤 『방학하면 다시 오겠다. 원주 고모 집으로 간다』고 떠났다.
이날 하오6시쯤 원주에 도착, 개풍 여관에 투숙한 다음 하루 종일 이의 수상한 거동을 지켜보던 김양이 『무슨 일이냐?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고 다구쳐 묻자 자기의 범행을 임신 5개월의 김양에게 모두 고백했다는 것.
이는 김양의 무름 위에 얼굴을 파묻으며 흐느껴 울었다. 그날 밤을 여관에서 함께 새우고 1일 상오 10시쯤 이는 호주머니에 숨겨 두었던 극약을 꺼내어 자살해 버리겠다면서 여관을 뛰쳐나왔다.
김양은 이의 옷자락을 잡고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고 호소하며 계속 자수를 권유했다. 『당신이 지은 죄의 댓가를 치를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울부짖으며 매달렸다. 이에 감동한 이는 차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자수를 결심했다.
이들이 원주 근처의 은혜역에 나가자 마침 기적을 울리는 열차가 있어 두 사람은 무작정 올라타고. 1일 밤9시30분 안동에 도착하자 이는 경찰서로 김양과 함께 달려가 모든 것을 털어놨다. 【안동=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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