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에 있어서의 『해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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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일 상오에 열린 「펜」대회 제4차 회의의 주제는『연극에 있어서의 해학.』
한국 극작가 이근삼씨와 중국의 연극 교수 이만괴씨가 같은「테마」의 강연을 했다.
이근삼씨(서강대 교수)는 현대 한국의 극작가들은 자연과 예지를 말하는 해학이나 건전한 인간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해학 대신, 사회와 정치에 대한 등 자적 희곡을 쓰고 있으며 그것은 근시안적이요 공격적인 것이라고 주장, 우리나라 재래의 가면극과 연결시켰다.
『우리의 가면극의 내용은 완전한 풍자에 특징이 있다. 기성 도덕에 대한 반발, 파계승의 엉뚱한 욕망을 비웃는 대사, 권력층의 횡포에 대한 반감 등이 퍽 희극적인 상황에서 풍자되어 서민 사이에 환영받았다. 흔히 건전한 해학은 교양 있는 사회-상류 사회에서만 가능한데, 우리나라의 민속극은 그런 특수층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일관돼 서민 사회의 비위에 맞추었다.』
이 교수는 현대 연극에서 해학이 현저히 사라지고 있으며, 내일의 희망을 말해주는 해학 대신 개선도 목적도 없는 인간들의 「난센스」와 실소만이 무대를 지배함으로써 사회 풍자 또는 사회 참여적 풍자가 건전한 해학을 대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가 분화하듯이 극장 역시 대중적인 극장에서부터 특수층을 위한 소극장으로 분화되고 있으며 그들 관객들의 불만 배출구 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현대 희곡에 있어서의「유머」를 발표한 이만괴 여사(중국 국회의원·연극교수)는 오랜 역사와 뿌리 깊은 문명을 자랑하는 중국인은 생을 즐길 줄 아는 민족이기 때문에 「유머」감각도 풍부하다고 말하면서 이백의 시를 한 수 소개했다. 『꽃 사이에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니 달이 찾아와 그림자까지 셋이로구나 달과 그림자는 술이야 못 마셔도 그들과 더불어 이 봄밤을 즐기리.』
이것은 고독하게 혼자 앉아 술을 마시면서도 달과 그림자를 벗한다는 깊은 「유머」가 깃들여 있다. 『연극은 인간 생활의 여러 가지 양태를 반영한다. 중국인들은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유머」가 많기 때문에 자연 연극에서도 「유머」가 넘치는 풍부한 대사들이 동원되기 마련이다』라고 주장한 이 여사는 『따라서 현대 중국 연극의 역사가 비록 60∼70년 밖에 되지 않지만 「유머」를 표현하는 어법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는 가장 풍성하고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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