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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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떤 사람들은 「원숭이」이라는 말만 들어도 침을 뱉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못들은 걸로 해두려고 한다. 원숭이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재수없다」고 피하는 사람들이 많아 더우기 집안에서 키우는 일은 쉽게 생각이 안되고 있다. 경기도 파주군에 있는 광탄고아원 오영석원장(43)은 그러나 원숭이 두마리를 집안에 두며 4년씩 재롱을 즐기고 있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정서교육이나 시킬까하고 데려왔는데 요즘은 아주 가족이 돼버렸어요.』 마치 어린애가 장난하듯 원숭이 두마리가 오원장「샤쓰」에 매달려 잠시도 가만 있지않는다. 목도 긁어주고 오주머니도 뒤져보고….
광탄고아원 식구는 원장내외까지 89명. 「망기」군과「망순」양은 개 3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 오소리 두 마리 등 이집의 동물가족 중에서 제일 망나니들이다.
5천평 넓은뜰을 제멋대로 다니면서 화단을 마구 짓밟아 안주인 정귀남 여사에게 곧잘 야단도 맞는다. 이럴때면 이들은 똑같이 고개를 숙이며 가만히 야단을 맞고있다. 『그저 사람과 꼭 같아요.』 말만 못할뿐이지 흉내는 뭐든지 해낸다. 오원장의 서재에 들어서면 서랍을 열고 서류를 꺼내 읽는시늉까지 한다. 그리고 잠깐만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면 마구 책을 뒤지고 온방을 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린다. 화단에 꽃이 한창인 요즘 낮에는 아예 두망나니를 매어놓고 지낸다.
능수버들가지에 「발코니」를 만들어 그위에서 논다.
낮선사람이 나타나면 『끼익끼익』 괴상한 소리를내서 『도둑도 지킨다』고 원생들은 자랑한다. 이곳 어린이들 중에서도 유난히 이들과 친한 몇몇 어린이는 원숭이들이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덩달아 밥을 안먹고 걱정이 대단하다.
「망기」군과 「망순」양은 먹성도 좋아 고기만 빼고 무엇이든 사람 먹는것은 다 잘먹는다. 어린이들과 똑같이 밥도 먹고 김치도 즐긴다. 식사 종소리만 나면 제일먼저 손삑을 치며 좋아한다. 이들이 가장 즐기는 것은 과일이라고.
「견원지간」이란 말이 무색하게 이댁의 동물가족들은 사이가 좋다. 손님들이 고양이를 안구가는 시늉을 하면 「망기」군과 「망순」양은 막 야단을 치며 물려고 덤빈다. 특히 「망순」양은 여성적 모성때문인지 더 야단이다. 개하고도 서로 장난이 대단하다.
『원숭이는 서로 이를 잡아주는 걸로 알고있지만 실은 원숭이가 염분을 좋아해서 피부에 붙은 염분을 떼어먹는것 같다』고 오원장은 말한다. 그래서 사람한테 매달려도 쉴새없이 팔이나 목을 쓰다듬으며 「잡아먹는」시늉을 한다.
「망기」군과 「망순」양은 또 수영의 명수들이다. 마당가운데 조그만 연못에서 멋지게 개구리헤엄을 치며 더위를 씻는다.
밤이 늦으면 이들도 사람처럼 존다. 끄덕끄덕 졸고있어 『들어가서 자거라.』 정여사가 떼밀어 방으로 보내려하면 칭얼거리며 짜증을 잠투세처럼 낸다. 이들은 어린이들과 같은 방에서 잔다. 그래서 목욕도 일주일에 두번이상 시킨다. 목욕할때면 아주 좋아하면서 팔다리를 차례차례 들면서 씻어달라고 한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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