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검은「유머」-레오니드·블라디미로프<런던망명센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풍부하고 독특한 해학감각은 「러시아」인들의 기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특성의 하나다.이러한 사실은「고골리」「살티코프·셰드린」,「체흡」같은 과거의 위대한 「러시아」작가들의 작품 속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해학은 개인의 자주성을 지키려는 작가의 무기이며 소련의 권력층 인사들은 그들 통치하에 이와같은 자주적인 개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혐오하고 있기때문에 소련의 「유머리스트」들의 입장은 결코 수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이나 박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들의 해학은 결코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인 것이다.
해학은 「러시아」문학계의 새롭고 특이한 현상인「사미즈다트」라는 지하출판에서 아주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솔제니친」이나「시냐프스키」「다니엘」「브로드스키」 「플리세츠키」등 여러 작가들과 소련수폭의 아버지「사하로프」까지의 소설·시·수필 등을 포함하는 「사미즈다트」의 작품들은 엄격하고 빈틈없는 검열때문에 소련 안에서는 발행될수가 없다.
그러나 이지하출판물울 복사하고 배포하는 것은 고사하고 가지고 있는것만 으로드 당장에 체포되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이같은 작품들은 타자기나 때로는 필사된 형태로 널리 나돌고있다.
학생들은 활자로 인쇄된 것은 무엇이든 읽으려 하지않고 「사미즈다트」만 읽으려고 하기때문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게하려면 한장한장 베껴주라는 농담이 최근 소련전역을 휩쓸기도 했다.
오늘날 소련의 「사미즈다트」에는 정치적 또는 비정치적인 많은 흑색「유머」를 찾아볼수 있다. 아마도 소련의 가장 새로운 비밀농담들은 공식적인 선전에 대한 해독제로서 꾸며진 농담들일 것이다. 바람직스럽지 못한 해학이 밀물같이 쏟아져 당황한 소련통치자들은 1966년 9월 새로운 법령을 발표, 소련시민은 정치적 농담을 하면 3년까지의 형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가혹한 새 조치들도 소련에서 쉴새없이 불어나는 검은 「유머」에 대해 이렇다할 효과를 거둘수는 없었다.
물론 소련에서 해학이 만들어지고 전파되는 것은 당에 관한 농담만은 아니다. 또 단편 이야깃거리나 풍자시, 대중가요 등에도 많은 해학이 들어있다. 오늘날 소련에서의 많은 해학들이 문학자체의 범주에 속해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일이다.
이번대회의 주제로 해학을 선택한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여기서 인용한 몇가지의 실례를 통해서나마 소련의 검열제도하에서 아직 고난을 겪고있는 사람들에게는 해학이라는 것이 단지 웃어넘길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수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