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한일 무역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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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7차 한일무역회담이 24일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 회담에서 한국측은 관세·비관세장벽의 철폐, 보세가공원자재부분의 관세감면, 특혜관세제 채택과 대일 수출증진등을 공식의제로 제시한데 반하여 일본측은 한국의 대일 수입제한철폐, 공업소유권보호, 일본영화수입등을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식의제의 제시내용으로 보아, 한일 양측이 의도하는 바는 사실상 분명히 드러났다 할 것이다. 한국측은 대일 수출증가율이 부진한데 대한 타개책에 부심하고 있음이 역연하다. 특혜관세제 채택과 관세·비관세 장벽의 철폐로 농수산물 수출증대와 경공업품의 수출증대를 기하려는 것이며, 또 보세가공수출에 지장을 주고있는 원자재 부분에 대한 일본측의 관세를 감원시켜, 우리의 침체한 보세가공수출에 자극을 주고자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측은 한일무역수지 역조율이 5대 1내지 6대 1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대일수입을 제한하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으며, 공업소유권보호와 일본영화수출등으로 한국에서의 경제적인 기반구축을 더욱 공고히 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측입장에서는 한국측이 제시한 의제만을 다투어, 이를 관철하기를 바랄 것이며, 일본측은 거꾸로 한국시장을 더욱 확고한 일본의 영향권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원할 것이다.
물론, 이번 한일무역협상도 국제무역회담인이상, 당사국이 각기 자국이익을 조금이라도 확대내지 증진하려할 것은 하등이상할 것이 못되나, 우리는 일본측의 대한자세가 지나치게 고자세이고, 무성의한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무역역조율은 한때 7대 1에까지 접근했었던 것이며, 이를 시정코자 69년에는 약간의 대일수입제한 조치를 강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상품수입을 늘리려는 적극적인 성의를 보이지는 않으면서 무역역조에 시달리는 한국에 더 팔기만을 원하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음은 실로 한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일수출증가율과 대일수입증가율을 일본자신이 조금만 생각한다 하더라도 오늘날과 같은 역조경향은 충분히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일본의 상당한 기업들마저 이른바 주4원칙을 재빨리 받아들일 만큼 일본경제는 대외거래에서 탄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때문에 그들의 장내동향을 우리가 안심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계속 대일수입에 매달리려고 하는 자세도 문제라 하지않을 수 없다.
기왕에 조성된 경제적 의존도 자체가 상당히 큰 것이라면, 일본측이 무역역조 시정을 위한 획기적인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도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 일련의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일간의 무역거래가 확대 균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냐, 아니면 축소균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냐를 불가피하게 일본측이 선택하도록, 우리도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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