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 노린 함정수사|처녀에 돈 들려 도심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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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산】경찰이 거액날치기사건을 비롯, 다액 도난사건을 해결하지 못하자 20대 아가씨들을 조직적으로 훈련시켜 도심을 낚도록 함정수사를 벌임으로써 시민의 인권을 유린한 사실이 24일 확인되었다. 경찰이 채택한 함정수사방법은 주로 가짜 돈 뭉치를 들고 다니게 하여 도둑질을 낚는, 이른바 도심 헌팅이다.
부산중부경찰서는 지난 13일 부산시 충무동2가 제일은행 서지점에서 권진호씨(47·초량동3가38)가 현금 20만원을 찾아갖고 나오다 날치기 당하는등 최근 20여건에 5백여만원상당의 날치기 사건등이 잦은데도 단 1건을 해결못해 상부의 문책을 받게되자 이 같은 함정수사를 펴게 된 것이다.
부산중부경찰서는 최봉환형사과장의 직접 지휘로 20대의 처녀 20여명을 동원, 여관 다방 제과점등에 끌고 다니며 15일동안 함정수사에 대한 훈련을 시킨 다음 지난 l0일부터 일당 l천원씩주고 날치기범들의 미끼로 풀어 놓았다.
이들 미니 아가씨들은 경찰이 부산시중앙동2가 J지업사에서 가짜지폐 50여만원을 만들어 나누어 준 것을 약간 남에게 보이도록 핸드백에 삐죽이 넣고 이른바 날치기범들을 유혹하기 위해 거리에 나섰던 것.
아가씨들은 경찰이 제공한 가짜목걸이·귀고리·팔지등을 끼고 대낮에 가짜돈 보퉁이를 자랑하면서 부산의 은행가·극장가·버스정류장등 인파가 붐비는 곳에 활보, 소매치기범등 우범자보다 많은 시민들의 시선을 모았으나 15일이 지난 24일 현재 단 1명도 체포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 아가씨들이 정말 12시간이상 거리에 돌아다녀 소매치기범들의 미끼가 되고있는지 감시를 하고 아가씨들이 갖고있는 가짜돈에 손을 대는 범인이 있으면 즉각 체포하기위해 형사들을 아가씨 1명에 1명씩 배치했으나 단 1건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경찰은 24일상오 이같은 이색적인 날치기범의 수사에서 실패하자 이 정보가 범인들에게 사전에 누설됐기 때문으로 풀이, 정보누설자가 경찰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자체조사에 나서는등 법석을 떨어 이 야릇한 함정수사는 더욱 경찰내부에 소동만 빚었다.
검찰에 동원된 아가씨들은 모두 경찰서안 급사의 친구나 경찰관의 친척으로 고교를 나와 놀거나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처녀들이다.
이 같은 함정수사에 나서고 있는 동서 형사계장들은 이들 아가씨에게 주는 일당과 접대비, 수사비, 차비등 비용이 1일 5만원씩 지난 15일동안에 이미 80여만원의 경비가 들어갔다고 밝히고 이 자금을 어떻게 염출해야할지 불평까지 털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치안국 수사지도과 당무자의 말
상식밖의 일이며 난센스다. 특히 미성년자를 수사의 앞잡이로 삼아 범죄를 해결하려는 수사방식은 전경찰의 체면을 크게 손상시켰다고 본다. 부산시경으로 하여금 즉각 진상조사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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