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 Story] 판소리에 푹 빠진 LA한인…마침내 한국서 '국악인' 꿈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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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틀리고 실수하면 어때요. 좋아하는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에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크리스티나 조(60ㆍ여). 한국 전통가요인 판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미국식 이름.

하지만 지난 4월, 한국 사천시에서 열린 ‘전국판소리 수궁가 경창대회’에서 그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판소리를 시작한 지 5년 된 조씨가 한국에서 열린 권위 있는 대회에 출전, 춘향가 중 8분짜리 춘향모친이 등장하는 부분을 멋들어지게 소화해 당당하게 신인왕을 차지한 것이다.

‘전국판소리 수궁가 경창대회’는 전국에서 수백 명이 출전하는 권위 있는 대회로 올해 신인상 부문에는 전문 국악인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을 포함해 6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해 각자의 실력을 뽐냈다.

“마지막까지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아 참가하는데 만족해야하나 생각했었죠. 하지만 신인부문 최우수상에 제 이름이 호명돼 너무 놀라고 기뻤습니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후원해준 가족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의 남편은 코리아타운 플라자에서 아모레 화장품을 운영하는 찰리 조 사장이다. 조 사장은 판소리를 좋아하는 아내가 더 심층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한국에서 전북 도립국악원 김미정 실장을 1년에 한 번 미국으로 초대하는 등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1976년에 이민온 조씨는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

유니언 뱅크에서 론 오피서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 꽃집을 차리기도 했다. 지금은 파사데나에서 주류사회를 상대로 귀금속류를 취급하는 수집 전문샵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지인의 손에 이끌려 찾은 판소리 모임. 그는 아직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못다 이룬 그 꿈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부터 판소리에 푹 빠진 그는 집에서도 인터넷 등을 뒤져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판소리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바쁜 이민생활 때문에 배운다는 건 아예 꿈도 꾸질 못했어요.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인지 꼬부라진 발음을 교정하고 노래를 외우는 게 너무나 힘들었어요.”
마당에서 연습하다 하루는 옆집 백인부부가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다. 너무 시끄럽게 했나라는 생각에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는데 오히려 그들은 판소리에 관심을 보내며 그를 격려하기도 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신인상에 만족하지 않고 춘향가 완창에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미주 한인사회에 우리의 가락이 널리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승우 기자 gowest@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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