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촉매 찌푸린 대면|임시국회 개점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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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민당이 소집 요구한 제74회 임시국회는 일단 문을 열었으나 30일간의 회기 운영전망은 어둡다.
국가안보란 명분에 끌려 본회의장에 발을 들여놓기는 했어도 공화당은 안보문제를 다루어서 얻어질 실리에는 회의적이다.
야당이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대여 공세의 주무기로 삼고 나오려는데 대해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거론이 대미교섭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이로울 것인지에 회의를 갖는 것 같다.
김진만 공화당원내총무는 『정부는 현재 미국정부와 활발한 교섭을 벌이고 있으며 국회가 이 문제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어느 시기까지 신중을 기하는 것이 국가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공화당이 국회출석에 뒷걸음질치면서 신민당에 제의한 안보협의체라는 것도 실은 매우 막연한 얘기다.
초당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이번 임시국회가 안보태세에 도움을 주기위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좋겠는지를 우선 협의하자』는 것이고 다음에 초당 기구의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자는 얘기다.
국회운영문제에 금을 많이 긋고, 조건을 많이 붙이기는 신민당도 공화당과 마찬가지.
당초 신민당의 정해영총무는 안보문제 우선 토의에 찬동했으나 18일 열린 임시 정무회의에서 신민당의 소장층은 『안보문제에 대한 대정부 질의도 좋지만 민주전선사건이나 통신 3사 통합계획 같은 중대 사태는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정총무를 몰아 세웠다.
말하자면 여당과 야당은 어느 편이 먼저이건간에 불신과 감정을 씻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안보문제는 밀려나는 셈이다.
언제까지 밀려날지는 뚜렷하지 않다. 여야당은 일단 월말까지 휴회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군 감축설의 보다 구체적인 전개나 혹은 국내 정치적인 국면에서 새로운 계기가 생긴다면 몰라도…고질화한 불신과 상호감정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여당의 불참으로 인한 국회의 장기유회는 그동안에도 몇차례 있었다. 특히 69년초 제68회 임시국회때는 개회때부터 오랫동안 공전했다. 신민당이 국정전반에 걸친 대정부 질의를 하기위해 단독으로 2월6일부터 30일간 소집 요구한 임시국회에 공화당은 『2월28일의 나주 재선거를 야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란 이유로 개회식부터 줄곧 불참하다가 회기말에 5일간 출석했다. 국회는 2월6일 야당의 원만으로 개회식을 갖고, 3월2일까지 유회됐는데 신민당 의원들도 처음 3, 4일간만 국회에 출석했었다.<심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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