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클리닉] 얼굴뼈 골절 제대로 치료하려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상 중에서도 가장 걱정을 많이 하는 부위가 바로 얼굴이다. 눈에 잘 띌 뿐 아니라 잘못해 상처가 남으면 인상 자체가 험악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레저문화 발달과 폭력 사고 등으로 얼굴을 다쳐 병원에 오는 환자가 늘고 있다.

 얼마 전 가정주부 K씨(45)가 얼굴을 가린 채 병원으로 들어왔다.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다 세게 맞았는지 눈 주위가 시퍼렇게 멍들었고 코피가 나고 얼굴이 심하게 부었다. 살펴보니 눈 밑 뼈가 부러진 상태(안와골절)였다. 일반적 타박상 정도라면 출혈을 막고 초기에 5분 정도 얼음찜질로 열을 내린 뒤 따뜻한 온찜질로 혈액순환을 도우면 수일 내 멍이 없어진다.

 하지만 눈 주위 뼈가 부러진 경우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K씨는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도 나타났다. 이런 경우 수술을 한다. 눈 밑 뼈는 종이처럼 얇다. 이 뼈가 골절되면 뼈 전체에 균열이 가고 위치가 틀어져 안구 주위 지방조직들도 제 위치 밖으로 탈출된다. 눈 밑을 절개해 빠져 있는 지방조직을 제자리에 복원시킨 후 뼈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조직을 결손부위에 넣어 고정해야 한다. 수술 후 2주 정도는 코를 풀지 말고 봉합된 실은 수술 1주일 뒤 제거한다. 눈 밑 절개 부분은 상처가 거의 남지 않지만 함몰된 안구나 복시는 즉시 교정되지 않는다. 천천히 회복되며 약 6개월 이상 안과에서 추적관찰해야 한다.

 요즘 야구 등 스포츠 활동을 하며 얼굴을 다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 휴일 직장인 L씨(35)가 날아오는 공에 코를 맞아 코뼈가 함몰됐다. 부기가 심했고 출혈도 상당했다. 이때 수술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 코뼈는 다른 뼈보다 아물어 붙는 시간이 매우 빠르다. 수일 내 부종이 가라앉는데, 부기가 가라앉는 즉시 수술을 한다. 코를 바로잡기 위해 코 안쪽으로 뼈를 제자리에 놓는 기구를 넣고 흐트러진 뼈를 정렬한다. 골절된 뼈가 다시 가라앉지 않도록 코 안에 바셀린 거즈 등을 삽입한 후 수술을 마친다. 거즈는 약 5일 후 제거한다. 이때 환자가 코 성형을 함께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형은 상처가 완전히 자리 잡은 6개월 이후에 하는 게 좋다. 코 뼈 수술 후에도 역시 2~3주간은 코를 만지지도 풀지도 않아야 한다. 코가 과도하게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코 위에 깁스를 하기도 한다.

 골프를 하다 채를 얼굴에 맞는 사람도 있다. 보통은 옆 사람이 휘두른 골프채에 맞는다. 골프 스윙 때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힘은 상당해 골절이 심각하다. 지난여름 병원에 온 B군이 그랬다. 광대뼈가 심하게 손상됐는데, 이런 경우 입 안 피부를 절개해 뼈 안으로 기구를 집어넣어 흐트러진 뼈를 제자리에 놓고 금속판으로 고정한다. 수술 후 2주간은 부드러운 음식만 섭취하고 구강 내 세척을 자주 해 입안을 청결하게 한다.

 최근 어린이 얼굴 골절사고도 늘고 있다. 야외활동은 많아지고 있지만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손상 범위가 큰 경우가 많다. 어린이는 뼈가 빨리 붙어 골절된 지 7일이 지나면 가골(뼈가 부러졌을 때 이를 보상하기 위해 급하게 새로 생긴 불완전한 골 조직)이 생긴다. 따라서 조기에 정확히 진단해 치료해야 합병증이 없다. 특히 성장에 영향을 주는 부위는 골절 직후 적절히 치료했다 하더라도 그 부위의 성장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조상현(42) 일반외과와 성형외과를 복수로 전공하고 면허를 취득한 외상 전문의다. 손·얼굴 외상 분야에서 5000건 이상 응급수술 경험이 있다.

조상현 서울연세병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